문득
생각납니다
어머니가 무쳐주시던 콩나물무침이
심심한 박나물, 가죽나물, 장아찌
사무치게 먹고픈, 그런데
그 맛이 두레상에 옹기종기
둘러앉은 얼굴 반찬들 때문에 더욱 맛납니다
지금은
앉아야 할 얼굴이 직장회식으로 학원으로
빈자리가 시립니다
시린 마음이 혼자 앉아 식은 밥을 먹습니다
삶이 식어 가고 있습니다
◇손훈희 = 경북 문경 출생. 2009년 ‘시와 시학’신춘문예로 등단. 훈샘 국어, NIE 독서 논술 지도교사.
<해설> 시 안에 있는 시간대가 이 시의 제목이 되는 특이한 발상의 제목이다. 우물가 나팔꽃이 정오를 알릴 때는 어떤 때인가? 나팔꽃은 정오에 이르면 어떤 상태일까? 아무튼 활짝 핀 상태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식어 가고 있는 때는 아닐까? 시인은 어머니가 차려주던 맛 나던 음식들이 먹고 싶다. 두레상에 둘러앉아 함께 먹던 그 시절을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본다. 함께할 가족들이 모두 직장으로 학원으로 가고 시린 마음이 혼자 앉아 식은밥을 먹는다. 삶이 왜 이리 식어 가고 있는지를 한탄하면서 옛날의 정오를 그리워하고 있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