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숲에 서서 바람을 만져 보았다
감꽃 같은 네 영혼이 담겨있는지
눈물 자국처럼 축축한 손안에
햇살 한 줌 담아 한참 바라보니
텅 빈 손
그 바람 애틋하여 잡고만 싶었는데
지나간 바람은 지나간 바람
다시 새로운 바람이 왔다
지금 이 바람은 나무들의 동맥을 짚고 왔는지
불끈 내 이마를 짚고 지나갔다
아마 네가 천국에서 잘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천사가 된 너를 만나는 듯
내일도 후일에도 바람을 만질 것이다
손안에 맺힌 아침 이슬 한참 바라보면
또다시 텅 빈 손 일지라도,
◇강수정 = 2001년 ‘문학과 경계’ 신인상으로 등단. 대구 시인협회 회원. 시집 ‘재즈가 흐르는 창 너머 비행기 한 대가’ 출간.
<해설> 중의적인 대상인 바람을 만지는 시인의 손은 왜 하필 텅 빈 손인지? 그 내막은 알 수는 없지만, 손안에서, 손에게 손을, 안아주던 손을, 떠나보낸 아픈 심정으로, 멀리 있는 손을 그리워하다가 자신이 텅 빈 손인 걸 시인은 느낀 건 아닐까. 한때는 아침 숲에 서서 바람을 만져 본 손은, 감꽃 같은 영혼이 어디에 어떻게 담겨있는지를 안다. 바람을 읽는 손. 여기의 느낌을 바람에게 알려주는 그런 손. 지금 이 바람은 나무들의 동맥을 얼마나 짚고 왔는지, 손은 불끈 내 이마를 짚고 지나갔다고 말하는 손. 천국에선 잘 있더냐고 바람에게 안부를 묻는 손, 걱정 말라는 바람의 말을 받아 적는 손.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