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괜찮아, 카운트가 있잖아
[달구벌 아침] 괜찮아, 카운트가 있잖아
  • 승인 2023.06.2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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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한 번의 넘어짐으로 인생이 끝나버린다면 얼마나 허무할까. 하지만 인생이 그렇지는 않아서 복싱처럼 카운트의 시간이 주어지고, 카운트를 세는 그 시간 동안만큼의 기회가 주어진다. 희망은 언제든, 어느 순간이든 늘 존재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잠시 숨 고르기 하고, 전의를 가다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카운트(count)라는 것은 복싱경기에서 녹다운(knockdown)이 된 선수에게 심판이 10초의 시간을 재는 것을 뜻한다. 만약 복싱선수가 상대 선수의 주먹에 맞아서 넘어졌을 때 그대로 경기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심판이 잠시 경기를 스톱시키고 다운된 선수에게 다가가서 10초의 카운트 시간을 준다. 이 10초의 시간 동안 심판은 선수가 다시 싸우고자 하는 결의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선수는 다시 싸우기 위한 숨 고르기를 하는 시간이다. 잠시 잃었던 정신을 다시 차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얼마 전 영화 '카운트'를 봤다. 이 영화에서 배우 진선규는 고등학교 복싱 코치로 나온다. 운동경기를 주제로 한 영화에 명대사가 많듯, 이 영화에도 멋진 명대사가 등장한다. 그중에 개인적으로 이 말이 참 마음에 든다. 복싱을 배우는 제자에게 용기를 주는 장면에서 코치는 이런 말을 한다. "이 복싱이라는 건, 다운당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다시 일어나라고 카운트를 10초나 준다. 너무 힘들고 고되면 엎어진 그 자리에서 조금만 누워있어라. 그리고 숨이 다시 돌아오면 그때 딛고 일어나 다시 싸우면 된다." 참 멋진 말이지 않은가. 복싱은 선수가 넘어졌다고 경기가 그대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넘어져 있는 그 순간에도 10초라는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시간 동안 선수는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다시 일어나서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에 복싱의 매력이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삶도 복싱과 닮은 데가 있다. 바로 카운트의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넘어졌다고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넘어진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날 기회가 있다. 그 시간에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넘어지게 된 것에 대한 분석과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전략의 변화다. 두드려 맞고 얼굴에 멍이 들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순간, 그 순간에 우리 삶에도 카운트가 세어진다. 카운트의 시간 동안 나를 점검하여 다시 일어나 한판 싸움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용기다.
지금도 우리 삶에 카운트는 세어지고 있다. 좌절하고 슬퍼할 시간이 없다. 다시 일어나서 싸울 준비를 해야 된다. 그리고 승리할 순간을 준비해야 된다. 내 삶의 카운트가 시작되고 있다. 10, 9, 8, 7, 6, 5, 4, 3, 2, 1 땡땡땡 종이 울리고, KO를 선언하기 전에 우리는 일어나야 된다. 땅에서 넘어 진자, 그 땅을 짚고 일어나야 한다.
우리는 다시 일어나야 된다. 다시 일어나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옛날 걸음마를 배울 때처럼 엎어지고 넘어지고 끊임없는 좌절의 순간이 와도 걷는 걸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한마디로 다운은 될지언정 KO는 당하지 않으며 살아왔다. 다시 우리에겐 카운트가 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은 또다시 기회를 준다. 몇 번을 다운이 되더라도 우리에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우리는 다시 재정비를 하고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심판이 다운된 복싱 선수를 일으켜 세워 두 팔을 가드 올리게 하고 '할 수 있겠냐?'라고 물었을 때, 선수는 주저 없이 '할 수 있다'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팔을 내밀고 다시 싸운다.
신은 우리 삶에도 카운트를 세어준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넘어져 울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나서 경기에 임해야 할 것이다. 돌아보면 내 삶에도 수많은 넘어짐과 수많은 카운트의 순간 있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돌아보면 나에겐 어김없이 카운트가 세어지고 있었다. 좌절하지 않았고, 멈추지 않았다. 난 다시 일어났고 카운트의 순간을 잘 활용해 왔다. 앞으로도 분명 다시 또 넘어질 순간이 올 것이고, 또한 카운트의 순간도 올 것이다.
다시 살아보자. 또 넘어질 때도 올 것이다. 그럼 뭐 어떠랴. 카운트가 세어지는 그 시간 동안 다시 일어나면 될 일이다.
지금도 다운당한 우리에게 신은 10초라는 카운트 시간을 준다 10, 9, 8, 7, 6, 5, 4, 3, 2, 1 그래 다시 한번 살아보자.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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