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수학능력 고사
[대구논단] 수학능력 고사
  • 승인 2023.06.2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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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환 전 경산시교육장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대통령이 지시했다. 정부 여당도 수능에 공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초고난도 문제를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재야단체에서는 당장 수험생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 방침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과도한 사교육 의존을 부채질하는 입시환경 개선의 필요성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2022년 초중고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1년간 사교육비에 쓴 돈이 무려 26조 원에 이르렀다. 이는 어림잡아 학생 1인당 월 50만 원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한 것이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후배의 이야기를 빌리면 충분히 이해되는 통계이다. 후배의 아들은 수성구에서 고교를 나와 서울 명문 Y 대에 합격했다. 격려의 자리를 만들었다. 덕담을 하는 중 후배는 퍽 의미 있는 이야기를 했다. “선배님, 한바탕 전쟁이었습니다. 애한테 돈이 얼마나 많이 들던지, 우리 내외 수입 중에 한 사람의 수입은 다 들어갔습니다” 그는 부부 교사였다. 좌중은 조용해지고, 생각이 많아졌다. 과외비가 많이 들어간다더니 팩트였구나, 사교육비를 대는 부모의 경제 능력이 자녀들의 학교를 결정 짓는구나.

대통령은 수능의 ‘초고난도 문항’을 언급하며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했다. 이해 당사자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교육은 백년대계인데 대통령의 즉흥 발언으로 모두가 멘붕 상태”라고 했다. 이들은 주로 TV나 유튜브 등에서 스스로 10억대의 자산가라고 자기 홍보를 한 사람들이다. 사교육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사회에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큰소리를 치고 있다. 거기에다 정치인들도 정부의 안에 대안을 내기보다 ‘최악의 교육 참사’라며 이들의 반발에 동조하고 있다.

평소에 일부 학원이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기는 불안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지금 학원(고액 과외)에 보내지 않으면 늦는다’는 식으로 은근히 학부모의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친구 B의 하소연이다. B의 아들은 창원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인 손자는 곧 3월에 2학년이 된다. 다른 아이들처럼 수학, 영어, 국어 학원에 다니고 있다. 어느 날 학원 선생님이 학부모 면담을 요청하였다. 학원 선생님은 B의 아들에게 손자 칭찬을 하였다. 아이가 명석하다. 학원 수강 태도가 좋다. 수업 중에 예리한 질문을 하여 선생님들도 당황하고 있다. 그러다 학원 선생님은 본론(?)을 꺼냈다.

“아이의 능력이 뛰어나므로 우리 학원에 다니면 안 된다. 대입을 전문적으로 준비하는 모 학원에 가야 한다. 원하시면 그 학원을 소개하겠다.” 학원 선생님이 소개하는 학원은 한 반에 2∼3명이 수강하는 학원이다. 소인수 학원으로 옮기니 수강생에 비례하여 수강료가 올라 갔다. 거기다 유명 강사라고 하니 수강료는 +α이다. 부모는 자식이 공부를 잘한다니 기분은 좋지만, 수강료 때문에 고민이다. 그러나 자식의 뒷바라지를 포기하는 부모는 없다. 결국 고액 과외로 옮겼다. 말단 공무원이 학원비를 감당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리고 처음 학원과 소인수 학원의 주인은 같았다.

방송국들의 학원비 관련 프로가 가관이다. 수능 고사에 초고난도 문항 출제 여부와 사교육비 지출 관계를 발표했다. 결과는 경우의 수에 따라 달랐다. 참 우스운 일이다. 수능 문제가 어려울 때는 학부모 불안 심리가 작용하여 유명 강사를 찾아다니는 것은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A의 손자는 고1이다. 손자는 말이 고1이지 학원의 지도과정은 이미 고3 과정을 마쳤다. 심화 학습에 들어갔다. 공부는 잘하는 편이지만 최상위권에는 못 미친다. 대학 전공 수준의 지식을 요구하는 문제에 부딪히고 있단다. 담임교사와 상담하였다. 최상위 강사의 과외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관념적인 문제에 자주 접근하고 해결하여야, 개념들을 배배 꼬아 만든 문제에 자신감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A는 손자를 서울 일류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할아버지의 재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러나 선뜻 봉투를 내밀 여력이 없다. 교육 당국에 붉은 머리띠를 동여매고 소리치고 싶다. ‘입시제도의 개혁은 매우 심각하고 절박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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