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생활법률]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 승인 2023.06.29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진 대구 부동산·형사 변호사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하였고, 여야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내지 폐기를 검토하고 있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은 헌법에서 보장한 권리인데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인지, 이를 폐지하면 그 부작용은 없는지 살펴보자.

국회의원 특권으로 헌법 제44조 불체포특권(수사기관 등에 체포, 구금되지 않을 권리), 제45조 면책특권(직무상 발언과 표결에 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권리)을 정하고 있다. 불체포 특권은 구체적으로 ① 국회의원은 회기 중에는 국회가 동의하지 않는 한 체포되지 않고, ➁ 회기 전에 체포된 국회의원은 회기가 열렸을 때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석방되는 특권이다.

이 특권은 꽤 오래된 제도다. 영국왕이 자신을 비난하는 의원을 체포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자 결국 1603년에는 의회특권법을 제정하여 불체포 특권을 법제화하였고, 프랑스는 프랑스 혁명 후 1790년 법령을 통해 불체포 특권을 인정하고 이후 헌법에 반영하였다. 이처럼 불체포 특권은 막강한 체포권한을 가진 행정부가 국민의 대표인 의원을 함부로 탄압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탄생한 것으로 부당한 공권력이 남용되고 수사권이 남용되는 나라일수록 반드시 유지되어야 할 제도이다.

이재명 대표는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는데 실제 포기할 수 있는 특권인지를 살펴보자. 회기 중 국회의원 체포는 헌법 절차에 따라야 하고 헌법에는 반드시 국회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으므로 국회의원 개인은 불체포 특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만일 불체포 특권을 사전 포기할 수 있다면 행정부가 국회의원에게 부당한 협박을 통하여 사전에 불체포 특권을 포기시킬 염려가 있으므로 절대 사전 포기할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다만 정치적인 관점에서는 충분히 포기할 수 있다. 즉 체포 동의를 구하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해당 국회의원이 ‘나는 불체포 특권을 포기할 것이니 나의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 달라’라고 요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요구가 있어도 다른 국회의원들이 체포가 부당하다면서 동의안을 가결시키지 않으면 체포할 수 없게 된다.

이와 별도로 여야에서 불체포 특권의 폐지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불체포 특권 폐지 및 포기를 요구하는 듯 하지만 이는 민주주의의 수호라는 헌법학적 관점에서 보면 매우 위험한 내용이다. 불체포 특권은 막강한 대통령, 행정부, 군사 구테타 등에 있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보호하고 부당한 감금을 방지하기 위한 헌법적인 장치로서 반드시 있어야 한다. 불체포 특권이 성립된 17,18세기와는 전혀 다른 시대인 오늘날 이 제도가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많은 홍콩의 의원들이 중국 공안부 등에 이유없이 끌려가 고문당한 점에서 현대에도 여전히 필요한 제도이다. 지금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혹시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 제도는 반드시 남겨놓아야 한다.

많은 국민들은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폐기하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이유는 저질 국회의원이 저질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불체포 특권으로 부당하게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을 잘 뽑는 문제와 불체포 특권을 없애는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이고, 저질 국회의원은 남이 아닌 국민 스스로 뽑았으므로 다시는 저질 국회의원이 당선되지 못하도록 국민 스스로 반성하고 올바른 투표를 하여야 할 일이지 불체포 특권을 없애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한편 민주당도 현재 상태가 검찰공화국 시대가 맞다고 판단한다면 오히려 불체포 특권을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올바른 정치적 판단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체포 특권이 문제가 있다면 문제되는 해당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 가결안’에 찬성하면 될 일이다. 민주당 스스로 체포 동의안을 부동의하여 놓고 이제와서 ‘불체포 특권은 문제가 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모순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불체포 특권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민주주의 수호에 있어 불체포 특권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국민들을 상대로 한 단순한 표 구걸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