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내 마음의 지도
[달구벌아침] 내 마음의 지도
  • 승인 2023.07.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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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숙 시인
나를 둘러싼 주변의 모든 것들은 내 마음의 지도다.

가끔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얼마나 남았는지, 누구와 동행하는지 찬찬히 들여다보고 수도 검침하듯 점검해 볼 때가 있다.

살아가면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이별한다. 거미줄같이 얽히고설킨 인연의 조각을 찾아 퍼즐처럼 맞추기도 하고 맞지 않은 것을 과감하게 버리기도 하면서 조율한다. 나를 성장시켜 줄 사람과 나에게 해가 되는 사람을 분별하며 끊임없이 솎아내기도 한다.

어쩌면 누구나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행복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좋다. 나를 움직이게 하고 살아가게 하는 힘을 준다. 행복한 사람이 가진 선한 기운은 내 맘의 어둠과 잘 섞여 나를 조금씩 밝은 쪽으로 이끌어 줄 때가 많다.

행복하고 건강한 해피바이러스를 나눠 받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렇게 받은 좋은 기운을 다른 이에게 나눠 주며 사는 일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어떤 자리에 어떤 모습으로 속해 있느냐 보다 어떤 사람을 만나는가는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값진 일일 것이다.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건 내 삶에 덤으로 주어지는 크나큰 축복이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초대받았다. ‘편안하고 스스럼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인연을 만들어 가자’는 명제를 내 건 ‘힐링파티’였다. 여러 방면에서 한 자리씩 맡고 있다는 나름 유명 인사들로 다양한 직업과 계층의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다. 그중 내가 서 있는 자리가 가장 행복한 자리임을 각인 시켜준 분들이 있었다.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 속의 삽화를 그린 이영철 화백과 시인들이 쓴 시에 곡을 붙여 ‘시노래’를 하는 ‘시노래풍경’의 진우님 그리고 또 한 사람 율산 리홍재 서예가로 타묵퍼포먼스의 대가였다.

50kg이 넘는 대형 붓을 들고 버선발로 춤추며 붓글씨를 쓰는 것으로 월드컵, 유니버시아드 등 각종 국제적인 행사에 초대 공연으로 호평을 받는 분이라고 지인이 소개했다. 그의 행위예술은 대중들의 서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나아가 전 세계에 서예의 위상을 알리기 위함이라 덧붙였다. 서예에 몸과 마음을 바친 50년 세월을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는 것에 성취감을 느낀다.”며 참으로 행복한 인생이라고 지인인 사회자의 말에 답사를 했다.

나는 시를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했다. 처음으로 인사 나눈 자리였는데 그들은 누구에게 배우냐는 질문을 던졌다. 거침없이 당당하게 장옥관 선생님께 배우고 있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놀랍게도 “그분 참 훌륭한 분이지” 한다. 덧붙여 “좋으신 분께 배우니 좋으시겠어요. 그 스승의 그 제자라는데 볼 것도 없이 당신도 좋은 사람일 것 같아요”

처음 만난 낯선 분에게 듣는 선생님의 ‘뒷담화’라고나 할까. 누구나 앞에서는 좋은 말만 할 수 있다. 뒷담화같이 뒤에서도 좋은 사람이라 긍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문 법이거늘…. 선생님은 정말 인덕 있는 좋은 사람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때 그 기쁨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으랴. 지금도 입가에 안개꽃 같은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보면.

생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인연 중 좋은 스승을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 선생님으로 인해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가 옳은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밀려든다. 익히 알고 스스로 선택한 선생님이었다. 생판 모르는 낯선 장소에서 만난 사람들이 하나같이 훌륭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란 평가를 듣는 분이라 생각하니 그분의 제자라는 것이 새삼 자랑스러웠다.

누구에게 배우는 가에 따라서 인생도 달라지고 인류 역사에 기여하는 내용도 달라진다.

중국의 철학자들은 ‘스승의 가르치는 역할’ 못지않게 ‘제자의 배우는 자세’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좋은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는다고 해서 모두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제자는 스승의 뜻과 가르침을 배우고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배운 것을 힘써 실천함으로써 자신을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일 테다.

제아무리 스승이 바른 가르침과 지식을 전해준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한다. 콩 심은 데 콩 나듯 ‘훌륭한 스승 밑에 훌륭한 제자가 나오는 법’ 좋은 스승을 늘 가까이 두고 있는 나는 참 ‘복’ 있다. 선생님은 내 생의 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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