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골 멈칫한 하늘에
보름달이 떠올랐다
한 달 치 깊이가 더 푸르니
너도 추운 모양이다
저 푸른 들판에
온돌방 하나쯤 들여야겠다
닳은 난간을 한 계단 한 계단
뒷걸음으로 오르면
먼저 다녀간 달의 발자국도 보이겠지
오늘은 저 달방에 들어
언 몸 뉘고 싶다
◇이재하=2009년 계간 ‘문장’으로 등단. 문장작가회, 죽순문학회, 여백문학회, 형상문학회 동인. 시집 ‘목련제’.
<해설> 우리는 가끔 내가 사는 현재의 여기가 낯설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게 나의 자리가 맞기는 한 건지? 그럴 때마다 어떤 혼자만의 공간으로 숨어들어 한동안 침잠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과거의 어느 낯선 도시 쓸쓸한 여인숙이어도 좋다. 아무튼 시인은 눈에 들어온 첫 풍경에 철골이 올라가는 공사 현장에 보름달이 걸린 것을 바라보면서 삭막함과 포근함의 대비가 주는 현실에서 과거의 어느 여인숙을 연상하고 있다. 여인숙이라는 숙박업종이 사라지면서 그 공간들이 요즘은 월세를 받는다고 한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의 거처인 것이다. 하루하루 사는 게 힘든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그들의 추운 현실에 어떻게든 동참하고 싶은 시인의 심정이 푸른 하늘에 칸 칸 따듯한 달방을 지어놓고 있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