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언론에서 쓰는 존칭문제
[대구논단] 언론에서 쓰는 존칭문제
  • 승인 2023.07.03 22: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대열 대기자·전북대 초빙교수
대체적으로 언론이라고 하면 신문과 방송을 가리킨다. 요즘에는 SNS의 등장으로 개인 언론의 활동이 더 빈번하다. 사회적으로 큰 책임을 짓지 않는 이들의 활동에는 문자 그대로 ‘자기 뉴스’가 넘쳐나 사회적 문젯거리가 되기도 한다. 자기뉴스는 대부분 쓰는 사람의 취향과 이념에 따라 거짓뉴스로 변질되는 수가 많으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고발과 소송이 없지는 않지만 그 크기에 비한다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정치인 연예인 체육인 등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인사들은 이로 인한 폐해가 극심하여 자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른바 댓글이라는 이름으로 낯 뜨거운 욕설에 그럴듯한 가짜뉴스를 계속적으로 섞어 쓰면 당하는 사람은 가슴에 큰 상처를 입고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지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들은 울분을 참고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가다린다. 잊히기를 바라는 피해자의 가슴은 큰 바위에 짓눌려 오랫동안 견뎌야 하는 고통의 시간을 버텨야 한다.

언론에서는 특정 인사를 거론하는 수가 많다. 이 때 그분들의 이름을 쓸 때 대부분 직함을 붙여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언론의 특성상 일일이 존칭이나 직책 명을 쓰기가 적절치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사망자에 대해서는 이미 역사가 된 인물이기에 그냥 이름만 쓰게 된다. 외국의 유명인사에 대해서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존칭이나 직함은 생략되는 것이 상례다. 우리 언론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미국의 대통령이나 중국의 주석 러시아의 대통령에 대해서도 흔히 이름 세자만 사용하고 있으며 꼭 필요한 경우에만 직명을 붙여준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존칭에 까다로운 면이 많아 자칫 필화(筆禍)나 설화(舌禍)의 대상이 될 수도 있어 조심하게 된다. 과거에 모든 신문이 한문 혼용(混用)을 할 때 이승만대통령을 큰 大자로 쓰지 않고 개 犬자를 사용하여 견통령이 되는 큰 오식(誤植)을 낸 신문이 있었다. 활자신문일 때여서 문선공(文選工)의 착오로 큰 난리를 치러야 했다. 그 뒤 모든 신문들은 ‘대통령’ 활자만은 하나로 묶어서 사용하여 실수를 예방했다.

이것은 체면과 권위를 내세우기 좋아하는 한국만의 특별한 사례일 수도 있지만 근래에는 이런 문제로 사회적 문젯거리가 되는 일은 별달리 눈에 띄지 않는다. 유튜브를 달구는 수많은 개인 방송인들의 언어사용은 차마 듣기 거북한 용어를 마구잡이로 쓰고 있어 낯이 뜨거워진다. 아무리 자기 혼자 떠든다고 하지만 명색이 방송인데 인격을 존중해주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권력을 놓아버린 전직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문재인을 간첩이라고 때려잡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을까. 내로남불의 대표로 불리는 조국과 청와대에서 가져온 술 한 잔 나눴다고 해서 횡령범으로 몬다는 것은 차마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이들의 호칭에서 존칭과 직함이 사라진 것은 이미 관행이 되었다. 나 역시 관행에 따른다.

그런데 오래 전부터 의문이 떠나지 않는 호칭이 하나 있다. 북한 김일성일가에 대한 것이다. 우리 신문에서 기사나 사설에서 김일성일가에 대한 호칭은 하나같이 주석 아니면 위원장을 꼬박꼬박 받들어 쓰고 있다. 우리 대통령들도 고인이 된 사람이나 전직의 경우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일일이 전 대통령이라고 쓰지 않는다. 하물며 현직 대통령도 이를 생략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김일성일가는 다르다. 며칠 전 주요 신문에 쓴 전직 주일대사의 칼럼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살아있을 때 얘기인데 김정일을 가리켜 김일성의 ‘아드님’이라고 극존칭을 사용한 것을 봤다. ‘아들’이라고 써도 전후문장 구성으로 볼 때 하등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은데 무슨 이유로 극존칭을 써야 했는지 수긍할 수 없었다. 유독 김일성일가에게만 살아서도 죽어서도 직함을 붙여주고 죽은 아드님으로 높여야 할 이유가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 이미 역사 속의 인물에 대해서는 존칭이나 직책을 빼더라도 전혀 실례(失禮)가 아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