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삶의 품격을 입힌 김성문 테마 수필집 ‘가야국 산책’
[화요칼럼] 삶의 품격을 입힌 김성문 테마 수필집 ‘가야국 산책’
  • 승인 2023.07.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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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홍란 시인·문학박사
꽃에 향기가 있듯/ 사람에겐 품격이 있다/ 그런데 꽃이 싱싱할 때/ 향기가 신선하듯이/ 사람도 마음이 맑을 때/ 품격이 고상하다/ 썩은 백합꽃은/ 잡초보다 그 냄새가 고약하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김성문 작가의 테마 수필집 ‘가야국 산책’이 발간되었다. 교육기관장. 장학관, 대학교수, 종친회장 등의 활동으로 알려진 분이었기에 작가라는 호칭은 조금 낯설고 그 변신이 궁금했다.

‘가야국 산책’은 총 4부로 구성되었다. 제1부 가야를 만나다, 제2부 가야를 걷다, 제3부 가야를 느끼다, 제4부 가야를 생각하다로 구분하여 전개되고 있다. 각 부마다 10편씩 총 40편, 264쪽 분량 을 사진 자료와 함께 전체 칼라다. 책의 끝부분, 참고 자료에는 가야국 연표를 우리의 역사서인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기록된 팩트를 기록해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

김성문 작가는 고대 6개의 가야국을 발로 뛰고, 가슴으로 품은 것을 풀어내고 싶어했다. 가야유물이 남긴 훌륭한 문화유산도 널리 알리고 싶었지만 작가를 더욱 열정적으로 만든 것은 식민사학자들에 의해 우리나라의 가야사가 일본의 임나사로 둔갑한 것에 대한 분노도 표출이었으며, 이를 바로잡아 가야국의 역사를 다음 세대에 널리 알려야 한다는 가야인의 책무였다.

에세이 아카데미 지도교수인 박기옥 수필가는 “김성문은 천상 가야인이다”라고 한다. 큰 키에 순하디순한 얼굴에는 늘 인자한 미소를 담고, 늘 조곤조곤하게 말하는 사람이 ‘가야’ 이야기만 나오면 말이 많아지고 목소리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역사라는 팩트를 수필로 풀어내는 일은 켤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역사도 어렵고, 수필도 어려운데 작가는 그것을 해냈는 것이다. 필요 없는 것은 과감히 걷어내고, 중요한 사실은 그 어떤 역사책보다 깊고 넓게 파고들었고, 때로는 사실의 기술에 치중하여 글이 건조해지는 것을 경계했고, 반대로 감성에 치우쳐 역사 인식에 누가 되지 않도록 절제하는 각고의 노력에 의한 결실이었다고 했다.

자정을 넘기고도 전등의 스위치를 내리지 못하는 나에게 김성문 작가의 테마 수필집 ‘가야국 산책’이 나에게 묻는다. ‘가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내 세포 속에 기억된 가야는 아름다운 나라이다. 높고 신령한 정신을 이어받은 왕들이 있었고, 들이 기름져 백성들은 일찍이부터 문화예술을 융숭히 가꿀 줄 알았다. 고을마다 향가를 지어 가얏고에 얹어 노래하면서 스스로 희로애락을 다스릴 줄 알았고, 백성들은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는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에 대해 감사할 줄 알았다. 나라의 지존은 물론 백성까지 신령하고 고매한 재주와 성향은 신라, 고구려, 백제는 물론 일본까지 알려져 설령 전투에서 패잔병이라 할지라도 죽이지 않고 볼모로 끌고 가던 가야였다.

김성문 작가의 테마 수필집을 읽으며 사람의 품격에 대해 생각한다. 품격이란 사람으로서 지키고 가꾸어가야 하는 격이다. 김성문 작가는 찬란하고 화려했던 과거에 안주하지 않는 미래 개척자, 식민사학자들에 의해 왜곡되고 있는 역사를 보며 미력하나마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신지식인, 고희를 넘기고도 반십 년이 지났지만 새롭게 시작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선각의 자세를 보면서 사람의 품격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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