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기본사회의 이론적 배경과 데이터(역구독) 경제
[대구논단] 기본사회의 이론적 배경과 데이터(역구독) 경제
  • 승인 2023.07.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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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호 대구대학교 교수
정보화가 심화하면서 개인 간, 지역 간의 격차가 점차 커지고 특히 세대 간, 이념 간, 계층 간의 갈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 전반적으로 불만과 갈등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사회문제도 점차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지고 있다. 이와 같은 불만과 갈등문제는 결국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최고의 자살률로 나타나고 있어서 대한민국존립의 문제로 치닫고 있다. 이는 정보의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매우 당연한 결과이지만, 대한민국이 유독 심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폭풍 성장 뒤에는 사회문제도 압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데서 비롯되었다.

이것을 그대로 내버려 두면 사회는 엄청난 혼란과 함께 결국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하여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예를 들면 자동차와 같은 제조업 상품은 가격에 따라 여러 종류의 상품이 있지만, 정보상품은 추가로 한 단위를 생산하는데 한계비용(marginal cost)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무한 재생산이 가능하여 오직 최고의 상품만 존재하고 나머지 상품은 모두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정보사회에서 후발주자는 큰 의미가 없다.

이제 결과에 따라 등수를 매기는 방식은 중단되어야 하며, 각자가 자기 분야에서 개성을 극대화하여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즉, 나란히 서서 100m를 달려 등수를 매기는 시합은 무의미하고 각자 다른 방향으로 달려 모두가 1등을 하도록 사회철학과 교육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아직도 교육시스템은 제2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량생산, 대량분배, 대량소비의 시스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미 지식을 머릿속에 넣어서 필요한 경우에 잘 대답하는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세상의 모든 지식은 이른바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 Bard 혹은 Bing에 다 들어있고 이들에게 잘 질문하고, 그 대답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구별하여 그 답변을 수정 보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교육의 핵심은 잘 대답하는 것에서 잘 질문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고등학교까지는 정보사회에 필요한 기본 지식을 힘써 공부(工夫)해야 하지만 대학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궁금한 내용을 대화형 인공지능이나 교수에게 열심히 질문하는 이른바 학문(學問)하는 것은 지극히 쉬운 일이지만 정책 당국자의 무지로 아직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교수와 학생들의 존재가치는 대화형 인공지능이 대답하는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게 되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엄청난 공부와 학문적인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사회철학도 근본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지난 대통령선거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어야 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큰 논쟁거리가 되었다.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사회변화를 읽지 못하는 무지의 소산이다. 제4차 산업사회의 원유는 데이터라고 주장하는 데는 그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제2차 산업사회의 핵심인 자동차에 주유하면 반드시 기름값을 지불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제4차 산업의 원유인 데이터의 사용은 어떠한가? 사회에서 사용되는 거의 모든 데이터는 개별 시민들이 생산한다. 다시 말하면 개인들이 모두 산유국 혹은 주유소이다. 정부나 기업들은 개인에게 주유기를 대고 데이터를 뽑아가면서 대가를 지급하기는커녕 데이터를 잘 제공하지 않으면 각종 제재를 가하거나 처벌하게 된다.

국가와 기업은 주유소에서 주유하면 기름값은 지급해야 하는 것처럼 당연히 개인들에게 데이터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데이터 경제의 출발이다. 따라서 기본소득이든 기본주택, 기본교육, 기본직업이든 반드시 국가나 기업은 데이터를 사용하는 대가로 개인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가가 기본사회를 보장해야 하는 이론적인 배경이다. 일반 시민들의 기본 삶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주유소에서 기름을 무료로 쓰는 것처럼 기업이나 정부 공권력에 의한 횡포이며, 사회를 혼란과 갈등으로 몰고 가는 지름길이 된다. 정보사회는 개인이 데이터 발생 주체이며, 이것이 데이터(민주주의) 주권재민의 핵심이다. 따라서 정부나 기업은 반드시 데이터 사용료를 개인에게 지급해야 하며, 시민은 데이터 사용을 허가하는 대신에 구독료를 받는 이른바 역구독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이것이 정보사회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임을 정치인들은 깊이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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