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정치 부재로 시민 불안
사회 구조성 조건 반추 희망
이외에도 부촌을 중심으로 노후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뜨겁다. 지난 2023년 6월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이 주최하는 ‘재건축 설계 공모 작품 전시회’에서는 국내 유명 건축 설계 업체들이 총출동했다. 세계적인 건축가나 설계 업체와 컨소시엄을 맺은 곳이 대부분이다.
갑자기 개발과 정비 바람이 분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임과도 무관치 않다. 거기에 윤석열 정부의 찬동이 시너지를 냈다. 35층 룰이 폐지되고 재건축 안전 진단의 구조 안정성 비율이 낮아졌다. 더 많은 공공 주택이 들어서고 주거 불안이 해소된다면 박수칠 일이다. 반면 도시를 투기와 경쟁의 장으로 만들고 결과적으로 소외 계층을 도시 밖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우려스러운 일이다. 도시 계획의 구조를 알면 정책이 보인다. 그 속의 생각이 읽힌다.
도시 계획은 강제적이고 파생되는 갈등은 무수하다. 각각의 사업들이 개별적이라면 이해관계자는 한정적이겠지만 모든 도시 계획은 서로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도시를 향한 욕망을 조절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그런데 막상 개발·정비 사업에서 정치가 비리와 결탁하거나 포퓰리즘으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된다. 도시 계획엔 제대로 된 정치가 부재했고 욕망은 포화했으며 일반 시민들에게 주거는 불안한 것이 됐다.
전쟁터와 같은 부동산 시장은 주거 난민을 만든다. 정치의 극한, 도시 계획에 어떤 힘의 논리가 작용하든 그것의 영향을 받는 것은 모든 시민이다. 그 구조를 들여다보며 자본의 논리가 아닌 사회 구성의 조건을 반추하길 희망한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