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퍼스트 키즈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의료칼럼] 퍼스트 키즈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 승인 2023.07.0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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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혁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곽재혁 신경과원장
최근에 노키즈존 카페나 식당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예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도로 여행을 갔을 때 유명한 카페에 가기 위해 30분정도 차를 몰고 갔지만 노키존이라서 차를 돌려야 했던 적이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노키존은 차별을 당한다는 생각이 들어 불쾌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었다. 하지만, 노키존 식당이나 카페는 주위에 점차 많아지고 있고 있다. 업주의 입장에서 보면 매출의 감소를 감당하고도 노키존을 하는 이유는 아동들의 안전사고도 있지만 아이들을 관리하지 않는 부모 때문인 경우가 가장 크다고 한다. 비영업주가 가진 영업의 자유와 아동 부모가 가진 행복추구권의 충돌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노키즈존 논란이 음식적 외에도 우리나라 의료계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에는 대한 소아청소년과 의사회에서 소아청소년과 탈출 (no kids zone)을 위한 제 1회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소아 전문진료가 아닌 보톡스,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 성인 진료를 위한 강의로 구성이 되어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내과나 타과로 진료 영역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술대회였다.

최근에는 20년간 운영하던 소아청소년과를 보호자 갑질과 악성 민원 때문에 폐과하기로 한 사건도 있었다. 해당 환자와의 진료과정에서 일부 비급여 항목이 발생해 동의를 구했음에도, 이 보호자가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2천 원 환불을 요청했다고 한다. 환불 이후에도 보호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민원을 제기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 병원 리뷰란에 지속적으로 악성 댓글을 작성하였다고 한다. 악성 민원에 견디지 못한 원장이 폐과를 결정한 사건이였다. 필자도 이 사건을 접하면서 20여년전 응급실에서 소아협진을 보다가 고생했던 기억이 났다.

신경과 전공의 1년차 때 새벽 2시경에 응급실에서 4세 소아에 대한 진료 협진이 왔다. 복통으로 온 환아였는데 두통도 있어 보호자가 뇌 CT 촬영을 원해서 협진을 봐달라는 것이였다. 응급실에서 CT를 촬영했다는 연락이 왔었지만 다른 일로 인해 바로 내려가지 못하였다. 30분후에 응급실에서 보호자가 빨리 봐주지 않는다며 소란을 피운다는 연락을 받았다. 응급실로 내려가니 보호자는 진료를 보지 않겠다며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버렸다. 다음날 병원 원장실에서 연락이 왔다. 그 보호자가 신문사 기자와 함께 병원장실에 찾아와서 진료 불친절로 언론에 보도하겠다고 협박을 했다. 다행히 병원장의 사과로 무사히 넘어갈수 있었으나 원장실을 나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응급이 아닌 가벼운 질환으로 새벽에 대학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여 진료가 늦었다는 이유로 언론인까지 동반하여 민원을 제기하는 것을 보고 불쾌감과 함께 소아과 전공의들은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들이 소아과를 기피하는 크나큰 이유는 출산율이 줄고 수가가 낮아서 경영상의 어려움도 있지만 악성 민원도 의사들이 소아과를 기피하는 크나큰 이유 중에 하나이다. 소아청소년과는 의료진의 ‘감정 노동’이 많은 과목으로 꼽힌다. 본인의 증상을 잘 설명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대신해 나서는 보호자의 진료 외 요구, 민원이 많다는 점이 큰 어려움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 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글 하나가 병원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소아들을 진료하다 보니 소송등에 휘말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픈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는 부모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를 한다. 그리고 진료를 받다 보면 화가 나거나 불합리한 경우를 당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분명히 항의나 민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도를 넘는 괴롭힘이 문제이다. 병원은 아이를 치료받으러 가는 곳이지 내가 대접받거나 갑질하려고 가는 곳은 아니다.

진료를 보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줄을 서야하는 오픈런 현상이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유행이 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소아청소년과의 폐업은 더욱 늘고 있다. 소아청소년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중인 전공의는 전국에서 올해 304명으로 5년전 850명보다 64% 줄어들었다. 2023년 소아과 전공의 확보율은 17%에 그쳤다. 현장을 지키려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스스로를 갈아 넣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결국 소아청소년과는 고사 위기로 내몰릴 것이다. 그사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은 하루하루 위태로워질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부모들의 매너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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