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들고 있다 놓아버렸다
찌맛도 손맛도 깊은 물 속에
수장시켜 버리고
나를 찾아 속살을 열었다
금단 현상이 오리라는 소문도
너울여울 태워 보내며 하릴없이 앉아
물고기만을 탐내는 것이 낚시란 말인가
낚싯대도 그물도 없는 빈 하늘
구름 수초 언저리
언어를 낚고 있다
야광찌 번뜩이는 버들치처럼
희망의 시어를 잡아채고
오늘도 빈 언어의 창고에 앉아
나를 낚는 곧은 낚시에 빠져들고 있다
◇문병채= 경남 진주 출생.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 문예창작학과 졸업, 영남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전공. 2011년 ‘시와시학’ 등단. 시집 ‘물 깁다’. 한국 도시농업진흥연구소 대표.
<해설> 얼마 전에 시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는 반가워서 문 시인의 안부를 물었다. 그런데 시인이라는 호칭 말고 4자 조사로 불러달라 한다. 42센티 붕어를 잡아, 가지고 있던 최대어 기록을 경신한 모양이다. 낚시에도 곧은 낚시가 있다니,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다. 첫 시집 ‘물 깁다’로 자칭 타칭 호수의 시인으로 불리는 시인의 시는 연못이라는 거울 같은 공간을 통해 반성의 찌불을 드리운다. 찌 맛 손맛을 동시에 느끼는 낚시가 고기를 잡는 행위를 넘어 물결 원고지에 언어를 풀어 시를 쓰는 행위로 이어질 때 연못 또한 시가 된다는 것을, 저수지 시인은 말하고 싶었던 거다.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곧은 낚시를 위해 20년 동안 들고 있던 담배를 내려놓은 건지, 문득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