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를 품고 두꺼워진 당신과
애정을 품고 두터워진 당신 사이
양가감정이 날을 세운다
사소한 미움이 쌓여 만든 마음의 벽이거나
자갈돌의 단단함이 만든 물리적인 벽이거나
자세의 시차가 만든 이 수직의 산물은
눈 밝은 희망의 높이와
귀 둔한 절망의 두께로
고립의 진영을 구축하고 있다
◇김휼= 본명(김형미). 전남 장성 출생. ‘기독공보’신춘문예와 ‘열린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곳엔 두 개의 달이 있었다’(2021). 사진시집 ‘말에서 멀어지는 순간’ (2023).
<해설> 두꺼움과 두터움 사이 어감에서 오는 차이는 있지만 결국 당신은 벽이다. 외부로부터 침입을 막는 벽과 밖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려는 감정 사이에 벽은 그렇게 놓여있다. 대개의 담 혹은 벽은 수직이며 이러한 수직은 미움이라는 마음과 물리적인 자갈돌로 쌓아 올린 벽으로 나뉘어 이해한다는 것 또한 시인의 예리한 직관일 터, 자신은 고립으로 구축된 감옥 안에 갇히고야 뒤늦게 현실을 이해하게 되는 우매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벽은 벽을 통해 점점 높이를 더하게 될 것이고 이런 벽을 허물 수 있는 용기가 시인에게는 필요할 것이다. 나를 열어야 당신이 다가선다는 것을 눈 밝은 희망이라 불러야 하지 않겠나.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