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칼을 내려놓고 믿어달라고 하자
[달구벌 아침] 칼을 내려놓고 믿어달라고 하자
  • 승인 2023.07.1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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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강도가 상대에게 믿어 달라고 하고 싶다면 손에 들려있는 날카로운 칼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칼을 손에 든 채로 상대방에게 아무리 '당신을 헤치려 하지 않으니 믿어주세요'라고 해 본들, 날카롭고 무서운 칼 때문에 믿어주기가 힘들다. 사람들이 나를 믿어 주기를 원한다면, 손에 든 칼부터 내려놓자.

감옥에서 벌을 받고 온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저지른 죄는 이웃과의 층간소음 문제에서 발생한 폭력 때문이었다. 다툼 과정에서 폭력이 발생했고, 분이 풀리지 않은 나머지 집에서 칼을 들고 와서 위협을 했고, 이웃의 몸에 상해를 입혔다. 겁에 질린 이웃은 그를 살해협박으로 경찰에 고소했고, 구속되었다. 뒤늦은 후회를 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 죗값을 치르기 위해 감옥에서 몇 년을 지내면서 많은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반성의 시간 동안 그가 다짐한 것은, 상대를 해하였던 칼을 이제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요리사가 되어서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출소 후에도 많은 반성의 시간이 있었고, 다시는 이전처럼 살지 않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는 다시 칼을 잡았다. 이제는 사람을 헤치는 칼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그런 일에 칼을 사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무서워했고, 그를 피하고만 있었다. 그의 진심을 사람들은 잘 믿어 주려 하지 않았다. 그는 너무나 억울했다. 왜 사람들은 나를 믿어 주지 않고, 나의 진심을 왜곡하는 것일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여전히 그의 손에는 칼이 들려진 상태였다. 살인자가 칼을 들고 나를 믿어주세요. 이 칼은 당신을 헤치는 칼이 아니라 요리를 하기 위한 칼이에요. 아무리 말해봐도 사람들은 그를 여전히 믿을 수 없다.

비단 범죄를 저지른 사람만의 일은 아니다. 나의 손에도, 여러분의 손에도 칼이 들려 있을지 모른다. 지금 여기에서 말하는 칼은 진짜 칼이라기보다는, 예전에 당신이 잘못했던 행동일 수도 있고, 주변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던 말일 수도 있다. 우리가 해야 될 것은 먼저 칼을 내려놓고, 그 이후에 '나 정말 변했다'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칼을 들고 '나 믿어 달라' '이제 사람 해치는 데 사용하지 않고 이제는 사람들을 살리는 일에,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칼로 사용하겠다'라고 백번을 이야기해봐도 사람들은 믿어 주기가 어렵다. 그의 손에 칼이 들려 있는 한은 말이다.

어떤 사람이 거짓말과 잘못된 행동 습관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주었다. 그의 곁에 가까운 가족, 친구들은 그가 한 거짓말 때문에 그 사람에게 화가 났고, 상처를 받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이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말하며, 자신을 믿어 달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일까? 거짓말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그는 기존에 해오던 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고, 늘 똑같은 방식과 똑같은 행동을 하면서 믿어달라고 하는 것은 강도가 칼을 들고 '이 칼은 당신을 헤칠 칼이 아니니, 안심하고 나를 믿어 달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은 실수할 수 있고, 넘어질 수도 있고, 또한 반복된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하지만 변화를 하고 싶거나 다시는 그러지 않고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진심을 알리려고 한다면 칼(나의 잘못된 행동 태도 등)부터 내려놓아야 된다. 상처를 주었던 이전의 모습에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서 '나 믿어달라'라고 해야 사람들은 그의 진심을 조금이라도 믿으려 할 것이다.

누군가를 밀어서 상처를 줬다면 이제 안 그럴 테니까 믿어달라고, 내가 안 그런다고 했잖아,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상처 준 사람이 울고 있다면 눈물을 닦아주고, 달래주고, 그 사람이 화가 풀어질 때까지 용서를 빌 필요가 있다. 그러하지 않고 '이제부터 안 그러면 되지 않냐'라고 되려 큰소리치는 것은 마치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사람이 치킨과 콜라를 마시며 '내일부터 다이어트하면 되잖아'라고 성을 내는 것과 똑같다.

신뢰라는 것은 한순간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믿을 수 있는 행동이 쌓일 때에 신뢰가 형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신뢰를 잃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래서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나를 믿어 달라고 이야기하려면 내 손에 칼(상대에게 상처를 줬던)이 여전히 들려 있지는 않는지 살펴야 한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며 믿어달라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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