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41년간 단 한 번도 안 해본 꼴찌…“후반기엔 대반격”
삼성 라이온즈, 41년간 단 한 번도 안 해본 꼴찌…“후반기엔 대반격”
  • 석지윤
  • 승인 2023.07.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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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 결산…10위로 추락한 명가
31승 49패…승률 0.388 그쳐
9위와 5게임·1위와 18.5게임차
고액 연봉 선수들 부진 ‘주원인’
오승환, 평균자책점 4.80 허용
오재일, 타율 0.183 최악 성적
구자욱, 부상으로 한달간 이탈
삼성, 농구·배구·축구도 꼴찌
일각 “제일기획 이관이 원인”
朴 감독 “부상·백업 부진 아쉬움”
팀분위기
삼성은 전반기 80경기에서 31승 49패로 승률 0.388에 그치며 순위표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1982년 창단 이래 한 차례도 꼴찌를 한 적 없던 삼성은 올시즌 구단 역사상 첫 꼴찌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달성할 위기에 처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지난주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주중 3연전을 끝으로 삼성의 전반기 일정이 모두 끝났다. 삼성은 전반기 80경기에서 31승 49패로 승률 0.388에 그치며 KBO리그 순위표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선두 LG 트윈스와는 무려 18.5게임차. 삼성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전반기 승률이 4할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삼성은 지난달 22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패배하면서 최하위로 떨어진 뒤 한 잠시도 꼴찌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삼성과 9위 키움의 승차는 5게임차로 후반기가 시작되더라도 삼성의 꼴찌 탈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1985년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8번의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꾸준히 강팀의 면모를 보였다. 이와 함께 현 KBO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단 한 번도 꼴찌를 경험한 적이 없는 유일한 팀으로 남아 있다. 삼성이 KBO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으로 불리는 이유. 하지만 삼성은 올 시즌 창단 42년 만에 처음으로 리그 순위 최하단에서 시즌을 마칠 위기에 처했다.
 

구자욱
구자욱.

◇순위는 10위, 연봉은 리그 2위로 지출과 성적 반비례…기대 이하 고액연봉자들

삼성의 전반기 팀 지표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 팀 타율 0.252(9위), 팀 홈런 50개(6위), 팀 OPS 0.678(7위), 팀 득점권타율 0.248 (8위), 팀 평균자책점 4.56(10위), 주루사 25개(최다 4위), 견제사 6개(최다 2위) 등 각종 지표에서 하위권을 맴돈다. 실책 52개(최소 3위) 정도만이 긍정적인 부문이다. 투구와 타격 중 어느 한 쪽이라 할 것도 없이 모두 부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반해 삼성의 올해 선수단 연봉 규모는 리그 상위권이다. 선수단 연봉 총액 83억3천400만원, 평균 연봉 1억6천341만원으로 모두 SSG 랜더스에 이은 리그 2위다. ‘고비용 저효율’이 여실히 드러나는 셈이다.

삼성이 다른 구단에 비해 많은 돈을 쓰면서도 최저 승률을 기록 중인 데에는 고액 연봉을 수령하는 핵심 선수들의 부진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삼성 국내 선수 연봉 상위 5명은 구자욱(20억원), 오승환(14억원), 강민호(6억원), 오재일(5억원), 백정현(4억원)이다. 이 중 ‘돈 값’을 하고 있는 선수는 주전 포수 강민호가 유일하다. 그는 올 시즌 7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7 출루율 0.378 장타율 0.482 11홈런 42타점으로 삼성 타선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주전 포수로 마스크를 쓰며 안정된 리드로 투수들을 보좌한다. 그 덕분에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2.83으로 팀 내 1위를 기록 중이다.

이에 비해 나머지 선수들은 연봉에 걸맞지 않는 성적으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오승환과 오재일이다. 오승환은 팀 내 투수 연봉 1위임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26경기에 등판해 2승 3패 2홀드 10세이브 평균자책점 4.80 WAR 0.02로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 중이다. 특히 승계주자 17명 중 11명에게 홈 베이스를 허용하며 승계주자 실점률 64.7%로 리그 전체 불펜 중 2번째로 높다. 전성기 시절 보여주던 안정감은 온데간데 없이 고액의 연봉만 수령하는 셈이다. 오재일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삼성에서 세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는 올 시즌 64경기에 출전해 타율 0.183 출루율 0.282 장타율 0.332 7홈런 32타점 WAR -0.25로 삼성 입단 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 탓에 2군에 내려가 재조정을 거치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기 종료 직전 햄스트링 부상으로4주 진단을 받으며 일찌감치 전열을 이탈한 바 있다. ‘리그 최고 연봉자’ 구자욱은 타율 0.301 출루율 0.380 장타율 0.451 3홈런 27타점으로 성적은 준수하다. 하지만 부상으로 한 달 동안 전열을 이탈했다. 당시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삼성은 주포 구자욱이 이탈하자 승률이 하락하며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최고 연봉자로서 팀이 필요로 한 순간 자리를 비운 셈.

삼성 구단은 고액 연봉자들의 동시다발적인 부재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고액 연봉을 수령하는 베테랑들이 이렇게까지 부진하는 것은 예상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라면서도 “수년간 꾸준히 활약했던 이력이 있는 선수들이기에 휴식기 동안 잘 추슬러서 후반기에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승환
오승환.

◇농구, 배구, 축구 이어 야구단 마저 꼴찌…모기업 관심 부족 여파?

지난달 22일 이후 삼성은 한 달 가까이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삼성의 10위 추락은 2021년 4월 9일 이후 805일 만이다. 이 전에도 몇 차례 일시적으로 10위로 떨어진 적이 있지만 번번히 순위 역전에 성공하면서 시즌 종료 시점에선 최하위를 면하곤 했다. 덕분에 1982년 KBO 출범 이래 한 차례도 꼴찌로 시즌을 마친 적이 없다. 하지만 올 시즌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3할대 승률에 그치며 사상 첫 10위가 가시권이다. 구단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구단 프런트와 코칭 스태프 모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

올 시즌 삼성 구단의 프로 스포츠 꼴찌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삼성은 야구 뿐 아니라 축구, 농구, 배구 등에 프로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이미 최하위로 시즌을 마쳤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는 2022-2023 시즌 14승 40패(승률 0.259)로 두 시즌 연속 리그 최하위(10위)에 머물렀다. 프로배구 삼성화재 블루팡스도 11승 25패(승점 36점)으로 7개 구단 중 꼴찌를 기록했다. 여기에 아직 시즌 진행 중인 프로 축구와 야구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1996년 창단 이래 최하위를 기록한 적 없는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올 시즌 K리그1 12개 구단 가운데 12위다. 23경기에서 3승 6무 14패(승점 15점)으로 바닥을 기고 있다. 삼성 이름을 내건 프로 구단들이 동시에 꼴찌를 하는 진풍경이 나올 수도 있는 셈이다. 최근 라이온즈는 성적이 부진하자 모기업 제일기획의 지시로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제일기획은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프로축구에 이어 프로야구에서도 삼성 구단이 최하위를 차지하자 긴급 보고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삼성 라이온즈 뿐 아니라 삼성 산하 4개 구단의 몰락의 계기가 제일기획 이관이 결정적이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삼성그룹은 2014년부터 스포츠단 운영을 제일기획에 일임하기 시작했다. 당시 삼성 그룹은 산하 스포츠팀을 모두 제일기획 아래로 모아 효율적으로 관리 할 것임을 내세웠다. 명분은 모기업 지원 의존에서 벗어나 구단 스스로 흑자를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축구, 농구, 배구에 이어 2016년 1월 삼성 라이온즈가 마지막으로 제일기획 산하로 편입됐다. 이후 삼성의 순위는 9-9-6-8-8-3-7위로 2021시즌을 제외하곤 우승은 커녕 포스트 시즌에도 진출하지 못하며 고난의 시기를 보내게 됐다. 그리고 올해는 큰 차이로 벌어진 꼴찌로 전반기를 마치며 구단 역사상 최초의 10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달성할 위기에 처했다.

지역 야구계 관계자는 “단순히 선수들에게 돈만 많이 쓴다고 될 일이 아니다. 모기업이 구단 운영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작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뭘 하든 신경쓰지 않겠다’는 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박진만감독이병규코치
박진만 삼성 감독과 이병규 수석코치. 삼성 라이온즈 제공

◇현장은 책임 통감, 수뇌부는 휴식기 잘 활용해 후반기 반격 선언

박진만 삼성 감독은 지난 시즌 도중 임시 소방수로 부임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후 올 시즌 정식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박진만 감독은 부임 후 일본 오키나와 지옥훈련, ‘LG맨’ 이병규 수석코치 영입 등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약한 전력에 보강이 제대로 되지 않은데다, 핵심 선수들이 부상·부진으로 전열을 이탈하는 경우가 잦으면서 고전 끝에 팀의 최하위 추락을 막지 못했다.

박 감독은 “부상자도 많았고 백업들의 활약이 아쉬웠다. 마운드도 흔들렸지만 선수 기용은 전적으로 감독의 권한인 만큼 패배 역시 감독의 책임이다”고 말했다.

그는 휴식기 동안에도 쉬기보단 최하위에 그친 팀을 추스르는데 시간을 활용할 계획이다. 박진만 감독은 “하위권 팀들은 전반기에 안 좋았던 모습을 개선하기 위해 확실히 준비해야 한다. 선수들도 며칠 쉬는 동안 몸관리 잘해서 후반기에 힘내야 한다”고 했다.

구단 역시 꼴찌 탈출을 위해 박 감독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일각에선 삼성이 올 시즌을 포기하고 훗날을 도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9위와의 게임차가 적잖게 벌어지면서 승패가 중요하지 않게 된 삼성이 리그에서 경쟁력을 보이는 즉시전력감 선수들을 올 시즌 우승을 노리는 구단에게 내어주고, 부족한 포지션에 장래가 유망한 어린 선수들을 수급해 몇 년뒤 대권에 도전한다는 것이 내용이었다.

삼성 구단은 이를 일축하며 후반기 전력 투구로 중위권 도약을 선언했다. 그는 “현재 10위긴 하지만 9위와 게임차가 많이 나지 않는다. 충분히 반등에 성공할 수 있다”며 “구단 구성원 모두 하반기 반등을 통해 가을 야구에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805일만에 10위로 추락하며 전반기를 마친 삼성이 휴식기 동안 반등의 실마리를 찾아 최하위를 벗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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