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세상에서
겨우 백일을 살다가 갔지요
세상 더 먹은 나는 살아남아
철딱서니 없이 이 골목 저 골목 쏘다녔지요
어미는 꽃 피는 봄날
꽃 따러 갔다가
꽃 따라 가버렸지요
우리 어머니
손놀림, 그렇게도 빨랐다더니
좋은 솜씨 칭찬도 자자했다더니
흰 명주옷 입고
하느적하느적 나비 되어 날아가 버렸지요
병원 침대에 누워서
눈에 밟히는 어린 새끼들 남기고
그 새벽 어둠에 말려 가 버렸지요
◇김청수= 1966년 경북 고령 개실마을 출생. 2014년 계간 ‘시와사람’ 등단. 시집 ‘차 한잔하실래요’, ‘생의 무게를 저울로 달까’, ‘무화과나무가 있는 여관’, ‘바람과 달과 고분들’. 제8회 경북작품상 수상 등.
<해설> 갔지요, 가버렸지요, 나비 되어 날아가 버렸지요, 그 새벽 멍석 같은 어둠에 말려 가버렸지요, 동생도 어머니도 가버리고 남겨진 건 현재 시인이다. 시인의 어떤 비련의 운명 같은 것이, 여운으로 남았다. 갔지만 그 떠난 허공을 향한 시인이 부르는 노래는 또다시 돌아올 나비를 부르는 것이다. 아마도 마음의 그늘을 지워내고 그 자리 꽃을 심는 어떤 결의가 동생의 몫을 더하여 사는 일이고, 손 빠르고 솜씨 좋은 어머니의 운명의 그늘 뒤에 남겨진 업을 닦는 것이다. 시인은 이제 대물림된 그런 어머니의 못다 한 능력으로 당차게 좋은 시를 쓰고 지금도 그런 것처럼 남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며 사는 모습 또한 무척이나 가치 있고 멋져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