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예측불허 재해, 복구보다 예방 우선
[데스크칼럼] 예측불허 재해, 복구보다 예방 우선
  • 승인 2023.07.1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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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만 경북본부장
“500년만의 폭우! 한시간에 110㎜라는 엄청난 양으로 쏟아져”, “칠성천을 비롯한 7개 하천이 모두 범람, 오천읍과 대송면, 장기면, 중앙동 등이 모두 물에 잠겨”

위 내용은 이번 집중 호우로 발생한 수해 피해 내용이 아니다. 불과 1년 전 포항과 경주를 직격한 태풍 힌남노가 입힌 피해를 알리 신문기사의 일부분이다.

모르고 본다면, 이번 집중 호우 기사 내용과 피해 지역 명칭만 다를 뿐 판박이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가슴 아픈 사건들도 마찬가지다. 충북 청주 오송읍 지하차도에서의 차량 침수사고는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때 일어난 포항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안타까운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사고 원인도 가슴 아픈 사연도 모든 것이 그때와 다를 바 없다. 달라진 거라곤 극한호우라는 생소한 용어뿐이다.

중앙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18일 현재 집중 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40명, 실종자는 6명이다.

경북 지역 인명 피해는 사망 22명, 실종 5명, 부상 17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

예천은 산사태 등으로 사망 12명, 실종 5명으로 미증유의 피해를 입었다.

영주와 봉화에서는 각각 사망 4명, 문경에서는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36채의 주택이 침수되거나 매몰됐고 농경지도 1천636ha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가축 6만여 마리가 폐사했다. 도로 사면 유실, 산사태, 제방 유실 등 공공시설 107곳이 넘게 피해를 입었다. 피해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는 가용 가능한 인원을 모두 투입하여 예천군 등에서 산사태로 매몰된 실종자를 찾고 있다. 인명 구조견과 드론도 동원했다. 하지만 마을 진입로가 유실되어 구조 장비 등의 접근이 쉽지 않고 도로와 가옥이 흙더미에 파묻혀 수색 구조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경북도는 주요 피해지역인 문경, 영주, 예천, 봉화 등 4개 시군에 피해 수습을 돕고 현장의 각종 불편사항을 신속히 조치하기 위해 실국장을 지역책임관으로 지정해 현장에 파견했다. 또한 집중호우가 그치면 일일 200~300명의 도청 공무원을 피해 지역으로 보내 수습을 지원하고 대한적십자경북지사, 새마을회, 부녀회 등 자원봉사활동을 체계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이번 경북 북부지역의 인명 피해는 산사태로 발생했다. 많은 비로 지반이 약해진 것이 원인으로 피해지역 대부분은 논과 밭을 곁에 둔 경사지 산골마을이었다. 산사태는 경사지에서 빠르게 진행된다. 나무가 없거나 농작물이 심어진 논과 밭의 토양은 상대적으로 토양응집력이 약해져 조금만 하중이 더해져도 쉽게 쓸려 내려간다. 거기에 장기간 호우까지 지속되면 토양의 함수량이 한계치를 넘어서 응집력은 더욱 떨어진다. 경사지에다 토양의 낮은 응집력, 호우로 인한 토양의 함수량 과다 등 산사태 피해가 발생할 요소들이 모두 충족되는 것이다.

엘니뇨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집중호우 양상은 갈수록 예측불허다.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 동안 영주 306.2㎜, 문경 304.7㎜, 봉화 288.5㎜, 예천 242.9㎜, 상주 215.3㎜, 안동 150.5㎜ 등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장마철이 시작된 이후 이달 14일까지 약 20일 동안 중부지방에는 평균 424.1㎜, 남부지방에 422.9㎜ 제주에는 306.9㎜ 의 비가 왔다.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의 경우 평균 장마철 강수량보다 1.1배, 1.2배 많은 수준이고 3주간의 강수량이 이미 평균 장마철 강수량을 넘어섰다. 이러한 급격한 환경 변화로 인해 예전의 기후와 강수 통계를 기초로 하여 계획한 재해 대비와 대책은 이제 실효성이 확연히 떨어지고 있다. 실례로 산사태 취약지구는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 이후 집중 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로부터 대비하고자 산림보호법에 따라 기초조사, 현장조사 등을 여러 평가지표에 따라 정하는데, 이번에 경북에서 발생한 산사태 발생 지역 중 산사태 취약지구로 지정된 곳은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 한곳뿐이었다.

최근 되풀이 되는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는 우리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기록적 호우로 재난이 대형화하는 만큼 대비책도 이제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 예전과 같이 피해 복구가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자체 재난관리기금의 30%는 예방에, 70%는 복구에 쓰이는데 선진국은 그 반대이다. 예방과 대비가 우선이 되는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지질학적인 연구결과를 반영한 광역적 조기예측 시스템 도입도 필요하다. 기후 환경이 바뀐 만큼 기후 재해에 대한 패러다임 또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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