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칼럼] 기상이변과 유비무환 치수사업
[윤덕우칼럼] 기상이변과 유비무환 치수사업
  • 승인 2023.07.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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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예나 지금이나 치수(治水)사업은 너무나 중요하다. 태평성대를 이뤘다는 중국 요순(堯舜)시대에도 황하의 범람이 골치 덩어리였다. 큰 홍수가 자주 나서 집과 가축이 떠내려가고 비옥한 밭이 물에 잠겼다. 요(堯)임금이 다스릴 때 황하 유역 숭(崇) 부락의 수령 곤(鲧)에게 물을 다스리게 했다. 그러나 9년 동안 애를 썼지만 황하 치수에 실패했고, 오히려 수해가 더 커지기만 했다. 곤은 제방을 쌓아 홍수를 막는 방법만 알았지 물길을 터서 큰물을 소통시키는 방법은 몰랐다. 그래서 홍수만 나면 제방이 터지고 피해가 더 심했다. 그 다음 수령인 순(舜)임금은 물을 다스리지 못한 책임을 물어 곤을 죽이고 그의 아들인 우(禹)에게 명하여 수재 방지를 하게 했다. 우는 아버지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 물길을 트고 큰물을 다른 곳으로 소통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백성들을 거느리고 물길을 파서 황하 물을 여러 갈래로 나누어 소통시켰으며, 수리 시설을 많이 축조하여 황하의 물을 끌어다 논에 댔다. 십수 년간 노력한 끝에 그는 홍수를 바다로 소통시키고 수해 방지에 성공했다. 그는 이렇게 당시 사회의 안정과 번영, 그리고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순임금도 연로해지자 요임금과 마찬가지로 수령 자리를 계승할 사람을 물색했는데, 물을 다스리는 데 공이 컸던 우를 후계자로 정했다. 중국상하오천년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14명의 생명을 앗아간 충북 청주시 오송지하차도 참사도 금강의 대표적인 지류인 미호강이 넘치며 발생했다. 미호강에서는 임시제방 설치에 앞서 범람에 대비한 확장 및 준설 사업이 추진됐으나 환경단체의 반대와 다리 건설 사업 등에 밀려 번번이 시행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미호강 하류와 금강 상류 지역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2017년 3월부터 ‘미호천(현 미호강) 강외지구 하천 정비 사업’을 시작해 2021년 12월 완공할 계획이었다. 사업이 시작된 지 4개월 만인 2017년 7월 청주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미호강 지류 석남천과 가경천 등이 범람했다. 청주 시내와 오송읍 일부 지역이 물에 잠겼다. 당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다. 미호강 확장 사업은 2020년 1월 잠정 중단됐다. 오송~청주 간 도로 확장 공사와 충북선 철도 개량 공사에 미호천교와 미호철교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환경부 측은 “철도, 교량 사업과 하천 정비 사업을 한꺼번에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미호천교 등의 공사가 끝나면 내년 8월쯤 하천 정비 사업을 다시 시작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미호강 일대 준설 작업은 환경단체 반발에 막혔다. 2021년 9월 충북도가 미호강의 지류 15곳에서 퇴적토 등을 제거하는 준설 계획을 발표하자 환경단체는 “하천 정비 사업은 대규모 토목공사로 이어져 환경을 해친다”며 반발해 사업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강 준설이 제때 이뤄졌으면 임시제방이 터져 지하차도가 침수되는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장마철 극한 호우로 무너진 제방 170여 곳은 4대강의 본류가 아니라 지류나 지천이다. 2013년 보 건설과 준설 등을 마친 4대강 본류에선 이번 극한 강수에도 제방 붕괴나 물 넘침 등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지류와 지천에서 제방이 무너지고 홍수 피해가 났다.

2020년 남부 지방은 ‘역대 최장 장마’로 큰 홍수 피해를 겪었다. 하지만 2021년 1월 문재인 정부는 치수(治水) 사업은 커녕 멀쩡한 4대강 보를 부순다는 결정을 내렸다. 국가 주도의 댐 건설 중단 선언도 했다. 4대강 사업의 계획은 주요 하천의 본류를 먼저 정비한 후 지류·지천까지 모두 손보는 것이었다. 4대강 본류에선 홍수 피해가 없다. 2020년 홍수 피해가 컸던 섬진강은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된 곳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와 환경 단체 등은 4대강 사업을 ‘강 파괴’로 몰아붙이며 지류와 지천에는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그동안 방치한 지류와 지천에서 피해가 빈발하고 있다. 하천 관리 등 치수 관련 예산(수자원)을 2015년 2조4000억원에서 2020년 1조2000억원으로 반 토막 냈다. 일본과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강수에 대비해 치수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댐을 신축하거나 댐 리모델링해 하천의 저수능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강은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홍수와 가뭄 피해를 막을 수 있게 이수와 치수 기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 지금 치수사업은 대책을 마련해도 건설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업이다. 지류·지천 정비와 댐과 보의 신·증축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하는 이유다. 사실상 중단된 치수 사업을 복원하지 않으면 홍수와 가뭄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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