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교권 추락과 교육의 본질
[수요칼럼] 교권 추락과 교육의 본질
  • 승인 2023.07.2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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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최근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서 교권추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초등학생이 교사를 폭행했다는 몇몇 사건들이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의 교권추락이 이미 심각한 수준까지 와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다. 과거 우리 사회는 교사를 존경과 고마움의 대상으로 인식했었다. 하지만 최근의 사건들을 보면 교사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은커녕 최소한의 존중도 받지 못하는 직업으로 전락해 버린 듯하다. 불과 얼마 사이에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변해버렸으며, 이러한 환경에서 과연 교육은 제대로 작동할 수는 있을까? 라는 의문이 강하게 든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교육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학교의 존재 이유와 학생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사실 학교는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해주는 곳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학교는 학원과는 차이가 있다. 어찌 보면 학교는 우리가 가장 먼저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을 습득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 전국시대 말기에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荀子)는 인간의 본성이 원래 악(惡)하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 선(善)을 배워야만 군자의 길을 갈 수 있다고 하였다. 순자의 말처럼 우리 사회에서 학교는 단순히 공부하는 곳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학교를 통해 배우는 것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선생님을 폭행하고 선생님에게 갑질을 하는 모습들은 학교와 교육의 본질을 무너뜨리는 행위임에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개선해야 될 문제가 아니라 바로 잡아야 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인권에 대해 너무나도 경직되고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 사실 교권과 학생인권은 상반된 것이 아니라 별개의 성격을 가진 것이다. 교권을 강조한다고 해서 학생 인권이 침해를 받아서도 안 되고, 학생 인권을 강조한다고 해서 교권이 침해를 받아서도 안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교권과 학생 인권을 하나의 동일선상에 놓고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사고방식은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교도소를 한 번 생각해보자. 만일 재소자의 인권을 위해 환경을 너무 좋게 구성하게 되면 교도소의 처벌적 성격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열악한 환경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 이런 부분에서 범죄자의 인권에 대한 딜레마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딜레마는 교도소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망각하는 데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교도소는 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교화하고 갱생하는 기능도 있지만, 지은 죄에 대한 처벌적 성격도 함께 가지고 있다. 두 가지의 본질이 공존하면, 분리해서 대처하면 된다. 교화와 갱생의 공간과 처벌의 공간을 분리하면 해당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데, 문제는 하나의 공간에서 두 개의 기능을 모두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학교의 기능도 단순히 하나의 본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배움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사회생활과 같이 여러 가지 문제 행동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배움의 본질에서는 학생의 인권이 강조되고, 여러 가지 문제 행동들을 해결함에 있어서는 교권이 강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두 가지 모두를 하나의 동일선상에 놓고 해결하려고 한다. 이것이 문제이다. 결코 교사와 학생은 서로 경쟁적인 관계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처벌에 대한 지나치게 부정적인 태도도 문제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처벌이라 하면 신체적 물리적 처벌을 먼저 떠올리고 매우 비윤리적이라고 인식한다. 그러나 처벌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처벌은 행동수정에 있어 주요 기법 중의 하나이다. 처벌 없이 행동을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어렵고 현실에서의 적용이 어려울 때가 많다. 사실 처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처벌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문제이다. 그리고 처벌은 가급적 쓰지 말아야 하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처벌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강도가 강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 금쪽같은 아이들에게 강하게 처벌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강하지 않은 처벌은 처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은 교육을 받기 위해 거의 매일 학교를 간다. 그리고 우리는 그 학생들에게 교육을 통해 무언가를 배워오기를 기대한다. 과연 그 무엇이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교육의 본질이다. 그리고 교육 개혁은 바로 그 본질의 충실함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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