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국회입법의 횡포-행정입법 침해
[대구논단] 국회입법의 횡포-행정입법 침해
  • 승인 2023.07.2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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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법 만능주의의 시대가 따로 없다. 국회를 입법부라고 하는 것은 법을 만드는 곳이란 의미다. 국가를 구성하는 기본 틀은 헌법이지만 헌법은 국가경영에 필요한 법을 국회가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주의든 사회주의든 나라를 통치하는 잣대는 법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국가의 권력을 한곳에 모으지 않고 분산하고 있다. 입법·사법·행정 이른바 삼권분립이다. 3부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확고한 나라는 안정감이 있다. 역사적으로 3부의 권한 정도의 크기에 따라 입법국가, 사법국가, 행정국가로 지칭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한계를 획정지우는 것은 쉽지가 않다.

현대국가는 단순국가가 아닌 복합국가다.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얼마나 많은지 측량이 어렵다. 변화무쌍한 일시적 사회는 국가의 통치를 어렵게 한다. 입법부 사법부·행정부는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할과 기능을 충실히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다. 대통령에게 국가행정권을 주는 이유는 행정이 문제 해결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현대국가를 행정국가라고 말하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다. 대통령은 국가행정의 책임자로 헌법에서 부여한 많은 권한을 행사한다. 행정은 입법부가 만든 법률에 따라 수행된다. 정부가 행정을 하는데 필요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도 국회가 거부하면 별도리가 없다.

국회의원 각자는 입법부를 구성하는 헌법기관이다. 현대국가의 특수성으로 새로 만들어야 할 법도 많고 사회변화에 따라 있는 법 개정도 해야 한다. 나라를 다스리는 지표라 할 수 있는 법률에서는 세부 사항 모두를 다 규정할 수가 없고 큰 원칙만 정한다. 여기서 헌법→법률→명령→자치법규의 순서로 법규 실천의 단계가 필요하게 된다. 하위법규는 상위법규를 위반할 수 없다. 법규의 상하 단계는 각 행정부처 기관의 업무를 구체화 하며 법규 전반의 질서를 이룬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의원 수를 무기로 법률을 자의적으로 제·개정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국가행정을 지원하기보다 다수결주의로 법률제정권을 함부로 남용, 정치적 입법 활동을 하면서 행정부와 충돌하는 장면은 구식인 입법국가를 연상하게 된다. 국회가 위임입법 시스템을 완전 묵살하고 있다.

국회가 법률을 제정하면 그 시행은 행정부처가 맡는 것이 순리다. 국회가 법률을 제정하고 행정부처가 그 법률을 시행하기 위하여 만든 법규를 명령이라고 지칭한다. 명령은 시행령이라고 하는데 대통령령, 국무총리령, 부령이 있다. 시행령은 국회가 만든 법률을 시행하는 하위법규로 법률이 위임한 범위 안에서 행정부처가 세부적 실천 규정을 만드는 것이다. 시행령은 행정부처가 제정하는 법규이므로 행정환경 변화에 따라 필요 시 수시로 개정할 수가 있다. 행정의 융통성을 최대한 허용하는 것이다.

검찰 직접 수사 범위를 확대한 ‘검수원복’시행령, KBS 수신료 분리를 위한 방송법 개정안 시행령 같은 것이 행정입법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법률에서 빠뜨린 주요 내용임을 간파했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지금 한창 시끄러운 ‘학생인권조례는 광역자치단체에서 제정하는 자치법규다. 작년 6월 민주당 J의원이 국회가 시행령의 수정 변경을 요청하면 해당 부처의 장이 처리결과를 보고하도록 국회법 개정안을 낸 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같은 당 H의원이 국회가 정부의 시행령을 직접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 공동발의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상임위원회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시행령이든 무효화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시행령과 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는 대법원이 판단하도록 규정한 헌법에도 어긋난다. 입법부가 행정부와 사법부의 역할까지 하겠다는 입법의 횡포요 망상이다.

요즘 국회의원들 하는 꼴을 보면 영 밥맛이 없다. 툭하면 서로가 고발·고소를 밥 먹듯 하고 막말을 마구 토해낸다. 사과도 쉽게 한다. 겹겹이 쌓여있는 야당의 갖가지 정치적 불법 사안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부의 여러 정책마다 입을 대지 않는 것이 없다. 정치 논객들의 아전인수 무책임한 발언은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나라를 어렵게 만드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삼권분립의 토대가 흔들려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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