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역사 깃든 新대구아리랑 울려퍼진다
지역 문화·역사 깃든 新대구아리랑 울려퍼진다
  • 황인옥
  • 승인 2023.07.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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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제작소 소리담기, 창작민요 ‘대구아리랑’ 발표
대구문화재단 지원사업 선정
총 9곡 작곡 일부 유튜브 공개
김진아 소리꾼, 대구 홍보 기획
100년 전 지역 국악 기록 공부
영남소리 자부심·애향심 ‘활활’
소리꾼 김진아.
소리꾼 김진아.

 

소리꾼 김진아에게 ‘아리랑’은 “과거가 아닌 현재의 음악”이어야 했다. 21세기의 젊은 소리꾼의 감수성으로 노래하고, 어린아이부터 노년층에 이르는 동시대의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현재진행형인 ‘아리랑’을 희망했다. “박물관에 박제된 유산이 아닌, 현실에서 함께 기껍게 노래하고 즐기는 음악 본연의 역할이 발현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우리 전통음악을 대하는 시각이었다. 그런 인식 아래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단절보다 소통에 방점을 찍고 아리랑에 새로운 생명력 불어넣기를 시작했다.
 

창작민요 '대구아리랑' 유튜브 썸네일. 김진아 제공
창작민요 '대구아리랑' 유튜브 썸네일. 김진아 제공

“저희가 창작한 민요 ‘대구아리랑’은 21세기 소리꾼의 정체성 찾기라는 과정 속에서 탄생한 현대판 아리랑입니다.”

‘판소리제작소 소리담기’(이하 소리담기)가 지난 19일에 창작 민요 ‘대구아리랑’을 유튜브에 공개하고 8월 음원 발매도 앞두고 있다. 소리담기 리더이자 소리꾼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진아가 작사와 소리를 담당하고,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작곡가 진주백이 작곡을 맡아 창작된 신(新) 대구아리랑이다. ‘소리담기’는 2018년 10월 김진아 대표를 중심으로 창단해, 국악전통과 창작을 넘나드는 활동력을 보여왔다. 국악의 대중성과 보편성이라는 명목아래에 서양악기와의 합주, 다양한 음악장르와의 결합으로 국악을 21세기의 감성에 맞게 즐겁게 들을 수 있는 무대를 선보여 왔다. 영남지역에서도 전통 판소리공연을 꾸준하게 펼치고 있으며, 판소리 전공 전문서적도 발매했다. 작곡 진주백, 가야금 정현희, 대금 이서영, 피리 주민영, 고수 장재령, 소리꾼 김진아 등 여섯 명의 단원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대구아리랑’은 ‘소리담기’가 대구문화재단 ‘ORIGINAL K-MUSIC, K-CULTURE’ 지원 사업에 선정되고 총 6곡을 창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가운데 발표된 작품이다. 6월에 창작민요 ‘모던보이’를, 7월에 ‘대구아리랑’을 유튜브에 업로드 했고, 8월에 ‘스윙춘향’과 ‘새타령, 꽃타령’을, 9월에 ‘소리가 울리면’을 각각 업로드 할 예정이다. “유튜브에 업로드 한 6곡과 추가로 창작한 ‘연둣잎’, ‘미련의 탱고’, ‘왈츠 심청’ 등 총 9곡은 음반으로도 발매하게 됩니다.”

애초에 ‘대구아리랑’을 창작하겠다는 기획을 세웠을 때, 그의 머릿속을 맴돈 것은 대구와 대구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었다. 서울 중심의 논리에 지방이 쇠퇴하고, 지역 예술가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현실이 그에게는 자신의 문제로 다가왔다. “현실이 어렵다고 해서 좌절만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어요.”

어려운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그가 떠올린 것은 어디에 있든,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이었다. 잘 만든 콘텐츠와 디지털 환경만 있다면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자신의 존재감을 표출하는 시대임을 상기하고, 유튜브를 통해 대구를 홍보할 수 있는 창작 민요를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결과가 ‘대구 아리랑’이다. 그가 수많은 전통민요들 중에서 ‘아리랑’을 모티브로 한 것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한국인의 소울음악인 이유가 작용했다.

창작민요 ‘대구아리랑’은 “대구의 문화와 역사를 기반으로 현재의 대구를 녹여낸다”는 것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때마침 그는 경북대 일반대학원 국악학과 박사 과정 중에 일제강점기 시기의 판소리를 연구한 경험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 경성방송국이 생겼고, 대구 권번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여류명창들에 라디오 출연 요청이 쇄도했다는 자료를 보았어요.”

그는 당시 공부한 자료들에서 “100여년 전 대구에 국악이 번성했다” 기록들을 발견했고, 경성방송국 녹음자료에 대한 기록들이 그 증거자료였다. “100년전에 호남에는 열차선로가 생기지 않았고, 대구는 기차가 운행됐기 때문에 영남의 많은 소리꾼들이 서울로 녹음을 하러 갈 수 있었어요. 당시 녹음한 소리꾼 70%가 영남의 소리꾼들인 것은 그런 환경들이 작용했던 것이죠.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은 그만큼 영남의 소리가 번창했다는 것이죠.”

100여년 전 대구 소리꾼들의 활약상을 공부하며 그의 가슴에는 대구 소리에 대한 자부심과 대구 지역에 대한 애향심이 차올랐다. 그런 자부심은 그대로 가사에 녹아들었다. 대구를 대표하는 관광명소인 하중도, 팔공산, 수성못, 앞산, 서문시장, 달성습지를 예찬했다. 여기에 사물놀이로 흥겨움을 더하고, 착착 감기는 후렴구로 대중성도 높였다. “후렴구에 아리롱 스리롱 아롱 다롱이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아주 독특하고 재미있는 우리말인데, 1930년대에 최계란 선생님이 부른 아리랑에서 발견해서 차용했어요.”

최계란·정은하 명창 이어
세번째 ‘대구아리랑’ 발표
恨 대신 경쾌한 분위기 반전
노랫말로 팔공산 등 명소 예찬
“시대 정서 담아 민요 생명 지속”

아리랑은 한민족 특유의 한(恨)과 혼이 서린 소울(Soul) 음악이다.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등의 삼대 아리랑이 널리 불리워졌지만, 대구에도 대구 사람들의 애환을 달래준 아리랑이 존재했었다. 그것이 ‘대구아리랑’이었다. ‘대구아리랑’의 시작은 1936년이었다. 대구 달성권번 출신 최계란(1920~2001)의 대구아리랑이 밀리온레코드 제작되어 유성기 음원으로 선보였다. 대구를 주제로 기록된 최초의 ‘대구아리랑’이였으며 남도잡가로 수록되어 있다.

‘대구아리랑’의 두 번째 버전은 2003년에 발매된 음반에 수록된 故 정은하(1956~2023)의 창작민요 ‘대구아리랑’이다. 정은하 작사, 김기현 작곡으로 영남 지역에서 발표한 첫 경기민요였다. 이번에 발표한 판소리제작소 소리담기의 창작민요 ‘대구아리랑’은 ‘대구아리랑’의 세 번째 버전이다. 이로써 대구아리랑은 최계란-정은하-김진아의 계보가 형성됐다.

소리담기가 발표한 창작민요 ‘대구아리랑’의 분위기는 경쾌하고 밝다. 전통 아리랑의 한(恨)의 정서 대신 밝고 희망찬 분위기가 넘실댄다. 젊은 소리꾼 김진아가 추구하는 가치인 ‘소통’의 가치를 적용한 결과다. 그가 “전통 음악도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했다. 나에게도 우리 시대에 부합하는 소리를 들려 드려야 하는 사명이 주어져 있고, 그것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변화는 곧 소통을 의미한다. “변화의 방향성은 항상 동시대성이었어요. 그 시대의 정서에 부합하는 음악을 추구했죠. 그런 측면에서 저 또한 창작민요 ‘대구아리랑’에서 우리 시대의 감수성을 담으려 했어요. 그것이 곧 우리 음악의 생명력을 계속 가져가는 길이라는 믿음이 있었죠.”

‘대구아리랑’이 유튜브에 업로드 되고 3일 만에 조회수 1천 건을 기록했다. 업로드 7일이 지난 현재 2천여 건을 기록하고 있다. 창작민요로 거둔 기록이여서 의미는 크게 다가온다. “막상 업로드 했지만 누가 볼까 싶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시청하고 응원의 댓글을 남겨주셨어요. 창작민요에 보내준 관심이 놀랍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합니다.” 벌써부터 다양한 곳에서의 공연제의도 시작됐다는 것이 그의 귀띔이다.

김진아는 전통음악의 현대화와 대중화에 일찍 발을 들여놓았다. 국악과 뮤지컬을 접목한 퓨전뮤지컬에 주연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다양한 퓨전음악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모두 동시대와의 소통을 위한 노력들이었다. 하지만 그가 놓치지 않은 하나는 분명히 있다. 그것은 전통에 대한 존중이다. “전통을 제대로 배우고 기량을 갈고 닦은 후에 그것을 기반으로 한 창작이 나올 때 그 음악이 전통의 흐름 속에 있게 됩니다. 전통의 기반이 얕은 창작이나 퓨전이 되지 않기 위해 전통 음악 무대와 공부를 끊임없이 계속하고 있습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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