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내려놓는 연습
[달구벌 아침] 내려놓는 연습
  • 승인 2023.07.26 21: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손에 쥐었다 해서 모두 내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잠시 내 손에 맡겨진 것일 뿐, 진짜 내 것이 되기 위해서는 손에서 내려놓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손에서 내려놓고 그것에 대한 값을 제대로 계산하고 난 후, 그때야 진정한 내 것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매 순간 '내려놓는 연습'이다.

한 대형마트 계산대 앞이 소란스럽다. 어린 남자아이가 마트가 떠나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인즉, 아이는 장난감을 손에서 놓으려 하지 않고, 부모로 보이는 사람은 아이에게서 장난감을 떼어 놓으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은 그냥 아이에게 장난감을 주면 되지 왜 아이에게서 장난감을 뺏으려 하지?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그런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아이가 아직 장난감의 값을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장난감 포장을 뜯고, 자기 손에서 가지고 놀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계산도 하지 않고 포장을 뜯어 밖으로 가지고 나가려 했던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아직 장난감 값을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은 물건을 훔치는 것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의 손에서 물건을 뺏으려 하고, 아이는 안 뺏기려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가 조금 더 컸더라면, 장난감이 내것이 되기 위해서는 계산대에 물건을 내려놓고, 값을 제대로 지불해야한다는 것을 알았겠지만 아이는 아직 어려서 그걸 몰랐던 것이다. 지금 아이의 상황은 세상의 눈으로 보면 절도죄에 해당하는 상황이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아니면 기회든, 그 무엇이든 그것이 내 것이 되기 위해서는 내려놓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손에서 내려놓고, 충분한 값을 계산하고, 이후 다시 내 손에 들어왔을 때 그때가 진짜로 내 것이 되는 순간이다. 아무리 욕심을 부려봐도 내려놓는 과정 없이 있는 힘을 다해 움켜쥔다고만 해서 그것이 내 것은 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예로 들어보자. 내 곁에 머물고만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진정한 나의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손에서 내려놓는 과정이 필요하다. 진정 사랑한다면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어디로 날아갈까 두려워서 날개를 부러뜨려 내 곁에 묶어 두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이다. 만약 날개가 없는 사람이라면 그가 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어야 할 것이고, 만약 스스로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지고 있다면 부러뜨리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 사람이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오늘 이야기 하고자하는 내려놓음이고, 사랑이다. 한마디로 사랑은 움켜쥔 손이 아니라, 펼친 손이다. 진정한 나의 새는 새장 속에 가둬져서 오갈 데 없는 새가 아니라, 새장을 활짝 열어 마음을 하늘을 날게 하고, 그 후에 나의 곁으로 날아와서 노래를 불러주는 새가 진정한 나의 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인지라 쉽지는 않겠지만 그것이 맞기에 연습을 해야 한다. '내려놓는 연습'을 말이다.

자녀는 더욱더 그러하다. 움켜쥐기는 쉬워도 내려놓기는 정말 어려운 것이 자녀다. 남의 아이들은 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데 나의 자녀는 그렇게 쉽게 잘 되지를 않는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부모교육을 하고, 강의 때마다 부모들에게 언제나 하는 말은 '내려놓아라'라는 말이다. 하지만, 막상 내 자녀는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너도 안되면서 왜 우리 보고 내려놓아라 하느냐'라고 하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본인이 말하고 싶은 것은 내려놓는 것이 어렵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 일이 쉽다면 '연습'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어려우니깐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려놓는 것은 정말로 연습이 필요하다. 운동선수가 매일매일 연습을 하듯이, 우리도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한다. 이건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연습이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일이다. 주인에게 내려놓고 값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고는 내 것이 될 수는 없다. 절대로 도적질 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가 손에 움켜쥐고 싶은 것이 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하나씩 내려놓아 보는 일이다. 그리고 지켜보고 기다려 보는 일이다. 내 것이 되려면 내곁에 머물것이고, 아니면 떠날 것이기에. 혹여나 내곁에 머물지 않는다 너무 슬퍼하지는 말자. 세상에 진정한 내것은 없다. 잠시 빌려쓰다가 다시 돌려 줘야하는 것들 일 뿐.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