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를 마중 나간다 멀리서 나를 반기는 네 시를 따라 길을 나선다 네 시가 강변에 닿을 때쯤이면 가로등 눈빛이 맑아지고 별들이 귀를 밝힌다
네 시의 눈을 바라다보면 눈동자에 비치는 당신의 얼굴 네 시는 당신을 이야기하고 나는 당신을 뒤척인다 당신을 뒤척일 때마다 별들이 지상에 가까워진다 강물의 어깨가 출렁인다
네 시가 당신을 말할 때
별들의 귀를 훔쳐 당신을 듣는다
잠에서 깬 새들이 기지개를 켠다
나와 당신과 네 시
네 시가 올 때쯤이면, 당신이 가장 그립다
당신은 지금
달빛도 눈이 먼, 새벽 네 詩
◇채종국= 약력 2019년 ‘시와 경계’ 등단. 한국작가회의 회원. 전남지역작가 회원. 웹진 시인 광장 편집위원. ‘시와징후’ 편집위원.
<해설> 절기에 따라 네 시의 느낌은 달라질 수 있다. 네 시가 주는 양면의 희망과 절망, 그 교차점에서 털어내야 하고 혹은 맞이해야 하는. 목적 없이 탄 기차가 막 종점에 이르렀을지 모를 새벽 네 시에 시인이 그리워한 건 무엇일까. 삶의 해석이 저마다에게 네 시는 다양한 의미를 부여한다. 일단은 깊은 잠에 빠진 사람은 예외로 두고, 깨어 이 시를 읽는 사람들은 아마도 자신의 네 時에 잊히지 않는 어느 날들의 기록을 먼저 떠올려 살필 것이다. 시인은 “네 시가 당신을 말할 때 / 별들의 귀를 훔쳐 당신을 듣는다”라고 네 시에 메타포를 걸어두면서 “당신이 가장 그립다”라고 고백한다. 당신도 시인의 “새벽 네 詩” 같은, 달빛도 눈이 먼 그 시각, “네 時”의 한가운데에서 그리워할 ‘당신’이 있는가.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