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요
가시나요
오늘도 가시나요
방문 앞만 기웃거리다
가시나요
당신은
왜,
문고리도 아니 잡고
◇김상연= 경북 경산 용성 출생. 1989년 ‘우리문학’으로 등단. 사화집 ‘배추흰나비의 시간’, ‘적갈색 고요’, ‘모델하우스가 있던 자리’ 외 다수. 물빛 동인, 대구문인협회 회원, 현대불교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이사, 꽃담꿀양봉덕천, 책도가 남천서원, 예술창고 놀새 대표.
<해설> 당신은 왜, 문고리도 아니 잡고 방문 앞만 기웃거리다 가셨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보름달이었으면 달라졌을까. 서로 온전하게 둥글어서 문고리가 낯설지 않았을 텐데…. 아무튼 초승달은 야속하기 그지없다. 산 넘고 물 건너오느라 힘이 빠져, 손이 헐거워져서 문고리를 잡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시를 읽고 나면 아쉬움이 물씬 묻어난다. 반복되는 “가시나요”가 너무 친절하다. 가시나야, 가시나야, 기웃거리다 그냥 가나! 라고 한마디 쏘아붙일 정도가 되면 초승달은 아마도 가던 길 치마꼬리 휘리릭! 돌려 홧김에 다시 돌아올 수도 있을 텐데. 아무튼 초승달을 그냥 놓아주고 있는 시인의 여린 심성이 훤히 보인다. 초승달도 때가 되면 늑대를 울게 하는 보름달이 되겠지만.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