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장진홍 의사 93주기를 맞아 되새기는 항일독립운동
[화요칼럼] 장진홍 의사 93주기를 맞아 되새기는 항일독립운동
  • 승인 2023.07.3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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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홍란 시인·문학박사
1910년 8월, 대한제국이 일본제국에 강제로 합병당한 후, 우리 국민은 일제 치하에서 나라를 빼앗긴 민족의 설움과 고초를 겪으며 독립의 열망을 불태워야 했다. 일제의 강압으로 식민지가 된 10년 즈음인 1919년 1월, 고종황제가 사망한다. 그 죽음의 배후는 일제에 의한 독살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퍼지고, 반일 분위기는 전국으로 번져나간다

1919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전국 방방곡곡에서는 남녀노소를 가릴 수 없는 거국적이고 비폭력적인 독립운동이 일어난다. 일제는 3.1 만세운동을 빌미 삼아 우리 민족의 목숨줄을 더욱 옭아맨다. 치안 위주의 가혹한 무단 통치는 우리 민족의 분노를 자아냈고, 그 결과 한국인들의 항일의식은 더욱 고취되었다.

이 시기, 영남지역 항일운동의 불길은 유독 거세었다. 전국의 독립운동가 1만7천644명 가운데 영남지역의 참여자는 3천870명으로 전체의 22%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 배출 지역이라는 보고이다. 하지만 역사 속에 묻힌 채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백성이 독립운동가로 일제에 항거했음을 모를 리 있을까.

7월 31일은 구미지역의 독립운동가 장진홍의 서거일이다. 장진홍은 일제의 강압에 항거하다가 체포되어 사형선고가 내려지자 일본의 더러운 칼에 목숨을 내어줄 수 없다고 표명하며 1930년 대구형무소에서 자결했다. 순국 당시 장진홍은 서른다섯의 꽃다운 청춘이었다.

장진홍 의사는 1895년 현재의 구미시 옥계동에서 출생했다. 나라의 독립을 열망하며 1916년 비밀 독립운동단체 광복단에 가입하여 활동했으며, 1927년 폭탄 전문가 호리키리 무사부로에게 제조법을 익혀 폭탄을 제작한다. 제일 먼저 일제의 자금줄을 끊어놓겠다는 목적으로 조선은행 대구지점으로 폭탄을 배달시켜 은행원과 경찰 등에게 중경상을 입히고 건물을 파손시켰다.
 
일제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장진홍은 일본으로 도피한다. 1929년 오사카에서 체포되었고, 그 후 우리나라로 호송되어 1930년 대구형무소에서 스스로 순국한다. 1962년 정부로부터 공훈을 인정받아 건국훈장 독립장에 추서됐으며, 1995년 6월 국가보훈처의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됐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정책은 세계의 전래를 찾을 수 없는 가장 폭압적, 무단적, 악랄하였다. 그들의 최후는 사회·경제적 수탈에 그치지 않고, 우리 민족의 말살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일제는 역사왜곡을 통한 정신문화의 개조, 한국어 사용 금지를 통한 사고의 백지화, 민족문화유산 파괴를 통한 감성의 노예화를 서슴지 않았다. 일제강점이 우리 역사에 끼친 해독은 참으로 심대한 것이어서 남북분단까지 초래하였다. 우리는 여전히 이성과 감정 사이에 둘러쳐진 거미줄을 다 걷어내지 못한 채 휘둘리며 살아가고 있다.

창여 장진홍 의사의 93주기를 추모하며, 일제강점기 무명의 독립운동가의 심정이 되어 헌시 '아직도 타오르는 염원' 을 올린다.

손으로 가린다고
그 누가 하늘의 해를 가릴 수 있으랴

걸신 든 섬나라 늑대들
무자비한 군화발로 짓밟아도
피묻은 총칼로 심장을 꿰뚫어도
염원은 오직 조국의 독립뿐,

가슴속 태극기 휘날리며
떨치고 달려가던 선열들
차마, 하늘도 해를 가릴 수 없었다

지우개로 지운다고
그 누가 피로 쓴 역사를 지울 수 있으랴

빼앗긴 내 나라를 찾아야겠다!
그 목소리가 죄가 되어
왜적의 창칼에 목이 떨어지던 선열,

빼앗긴 내 나라를 찾아야겠다!
그 눈빛이 죄가 되어
일본 사냥개에게 찢겨 밥이 되던 선열

빼앗긴 내 나라를 찾아야겠다!
그 글이 죄가 되어
시신마저 불태우고 마구잡이로 던져버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는 선열, 선열

결코, 피로 쓴 역사는 지울 수 없다.

두 귀를 막는다고
어디 그 음흉을 감출 수 있으랴

독립군 병사의 목을 작두로 잘라
공중 높이 매달아 놓고 낄낄대던 왜적들 웃음소리

장난삼아 민간인을 처형하고
보란 듯 떨어진 목을 흔들어대던 왜적들 웃음소리

조선인 포로의 머리를 담장돌로 괴어놓고
들며날며 비웃던 왜적들 웃음소리
결코, 치욕의 비웃음을 지울 수 없다

목숨줄 사윈다고
세월이 흐르고 흐른다고
그 누가 조국의 품을 잊고 살 수 있으랴

살아도 산 것 아니어서
방방곡곡마다 뜨겁던 외침

살아도 산 것이 아니어서
분연히 일어서던 함성
대한독립만세!
대한독립만세!
대한독립만세!

차라리 붉은 청춘일랑
나라를 위해 기꺼이 헌사하고

차라리 귀한 목숨일랑
일본검에 더럽힐 수 없어
기꺼이 순절하던 선열

그 숭고한 희생의 꽃으로
지금, 이 자리에 내가 서 있으며
지금, 너와 내가 함께 바라보고 있으며
지금, 우리가 조국의 품에 안겨 살고 있음이라

목숨줄 사윈다고
세월이 흐르고 흐른다고
그 누가 조국의 품을 잊고 살 수 있으랴

아직도, 염원은 붉게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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