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몰려온다, 신기루처럼
사금을 발라내듯 그물을 털어
금빛 새우를 건져 올린다
젓갈 담그는 냄새로 곰삭는 포구
새우젓 맛은 비등비등해라우
그란디 임자도 육젓은 옷으로 말하자면
최고로 메이커랑께
찰지고 감칠맛 나는 모래의 섬
여름 바다 한 그릇씩 퍼주고
서서히 유월의 문을 닫는다
* 한여름인 음력 유월에 잡은 새우를 삭힌 음식
◇한영희= 2018년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에 당선. 시집 ‘풀이라서 다행이다’(2021년).
<해설> 유월, 그리고 새우가 잡혀 올라오는 임자도의 풍경이 고스란히 잘 그려진 시이다. 단지 어떤 섬의 풍경으로만 보기에는 속속들이 고된 생업 현장이 사금, 신기루, 젓갈로 곰삭는 포구임을 오감의 시어로 묘사하고 있다. “새우젓 맛은 비등비등해라우/ 그란디 임자도 육젓은 옷으로 말하자면/ 최고로 메이커랑께” 섬의 허공을 가르며 튀어 오르는 새우처럼 생동감 있는 육성의 언어가 시에 절정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시의 후반부에는 다시 한 행이 한 연이 되면서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호흡을 조율하는 음악적 구성의 기교가 뒷맛이 감칠맛 나고 담백한 임자도 육젓 맛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