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임자도 육젓*
[좋은 시를 찾아서] 임자도 육젓*
  • 승인 2023.07.3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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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희 시인

배가 몰려온다, 신기루처럼

사금을 발라내듯 그물을 털어

금빛 새우를 건져 올린다

젓갈 담그는 냄새로 곰삭는 포구

새우젓 맛은 비등비등해라우

그란디 임자도 육젓은 옷으로 말하자면

최고로 메이커랑께

찰지고 감칠맛 나는 모래의 섬

여름 바다 한 그릇씩 퍼주고

서서히 유월의 문을 닫는다

* 한여름인 음력 유월에 잡은 새우를 삭힌 음식

◇한영희= 2018년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에 당선. 시집 ‘풀이라서 다행이다’(2021년).

<해설> 유월, 그리고 새우가 잡혀 올라오는 임자도의 풍경이 고스란히 잘 그려진 시이다. 단지 어떤 섬의 풍경으로만 보기에는 속속들이 고된 생업 현장이 사금, 신기루, 젓갈로 곰삭는 포구임을 오감의 시어로 묘사하고 있다. “새우젓 맛은 비등비등해라우/ 그란디 임자도 육젓은 옷으로 말하자면/ 최고로 메이커랑께” 섬의 허공을 가르며 튀어 오르는 새우처럼 생동감 있는 육성의 언어가 시에 절정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시의 후반부에는 다시 한 행이 한 연이 되면서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호흡을 조율하는 음악적 구성의 기교가 뒷맛이 감칠맛 나고 담백한 임자도 육젓 맛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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