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어느 웹툰 작가가 소환한 앤 설리반
[수요칼럼] 어느 웹툰 작가가 소환한 앤 설리반
  • 승인 2023.08.0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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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 박사
"장애는 불편하다. 그러나 불행하지는 않다", "세상은 고난으로 가득하지만, 고난의 극복으로 가득하다", "마음의 눈, 마음의 귀에 인간의 행복이 있다"라고 세상을 향해 외쳤던 헬렌 켈러(Helen Keller)는 사회운동가로 유명하다. 그녀는 태어난지 19개월 만에 앓은 뇌척수막으로 얻은 시각장애, 청력장애, 언어장애라는 3중고를 극복하고 여성인권운동가 등으로 활동했다.

헬렌은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37년 7월 11일 일본을 거쳐 부산에 도착한 이후 15일까지 대구, 서울, 개성, 평양을 방문했다. 그녀는 1937년 7월 12일 오전 9시 45분에 대구역에 도착하여 대구공회당에서 역사적인 강연을 했으며, 오후에는 신명여학교를 방문했다. 헬렌은 영롱한 눈빛을 반짝이며 유창한 수화(手話)로 폴라드 교장 사택 옆의 잔디밭에서 큰 꿈을 안은 전교생 167명에게 조선의 풍토와 조선인의 인정미를 극구 예찬했다. 포리 톰슨 여사가 소리 통력을 하고 방해례(폴라드 교장의 한국식 이름) 선생이 우리 말 통역을 맡았다.

그런데, 헬렌 켈러를 있게 한 특급 도우미 선생이 앤 설리반(Anne Sullivan)이다. 설리반은 21살 때 당시 7살이던 장애인 아동 헬렌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헬렌이 학교에 다닐 때는 가정교사 자격으로 수업에 동석했으며, 죽기전까지 50여년 동안 헬렌을 지도했다. 설리반은 응석받이로 자랐던 헬렌 켈러의 반항으로 치아가 두 개나 부러지는 사고도 있었지만, 극도의 인내심을 가지고 손바닥에 글씨를 쓰는 방식으로 언어를 가르치려 했다. 설리반이 헬렌에게 물 펌프로 통해 처음으로 'w·a·t·e·r'의 의미를 깨닫게 한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다.

설리반은 말년에 건강이 나빠져 시력을 잃었고, 후임으로 폴리 톰슨에게 일을 맡기고 일선에서 물러난 뒤 1936년 사망했다. 설리반은 헬렌의 사회주의적 활동을 부정하고, 공연 등을 통해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녀는 헬렌의 집이 망한 뒤로 수십년간 급료를 한푼도 받지 못했고, 공연 수입이 3명의 생계를 꾸리기도 빠듯한 정도의 액수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렌 켈러를 향한 수십년간의 헌신은 인내심과 노력으로 일군 헌신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어느 웹툰 작가가 설리반을 소환했다. 그는 자신의 아들을 담당했던 특수교사를 자폐아들 학대 혐의로 고발하여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의 아이는 동급생 아이 앞에서 신체를 노출하는 돌발행동을 했으며, 이에 따라 일반학급에서 특수학급으로 분리되었다고 한다. 그는 아들이 학교 등교를 거부해 녹음기를 넣어 보냈는데, 받아쓰기 내용 중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를 이해시키기 위해 "바지를 내린 행동이 고약한 행동이다"라고 설명한 부분을 근거로 정서학대라고 주장했다.

특수학급 교사는 통합 학급 수업 도중 여자 아이 앞에서 바지를 내렸고, 이로 인해 여자 아이는 너무나 큰 심리적 충격을 받고 학교에 오는 것이 무섭다고 하면서 분리 조치를 원한다고 했다. 담당 교사는 학부모와 상담을 실시했고, 전교생 성교육 진행하기로 하고 외부 강사와의 조율도 하였지만, 2학년 학생만은 학부모가 원하는 성교육 강사로 섭외해 교육하도록 하였다. 학폭 사안이 잘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경찰의 조사를 받으면서 20여년 교직생활이 물거품이 되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한다.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학폭 문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 폭력을 예방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사전 교육도 하고 있으며, 매뉴얼도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안에서 발생한 문제가 학교 밖으로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사의 중재 하에 가해학생 부모가 피해학생 부모에게 사과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자녀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믿고 중재하는 교사가 중립적이지 않으며, 훈육을 하는 과정에서 엄숙한 표정이라도 지으면 우리 아이를 사랑하지도 않고 미워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가정, 학교, 사회에서 동시에 이루어진다. 따라서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에,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은 위선이자 기만이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자폐가 심한 경우라도 특수학교에 보내는 것을 꺼려하고, 저학년의 경우 자폐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심정은 이해가 된다. 학폭 발생은 다양한 요인이 내포되어 있으며, 그나마 담당교사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교사를 신뢰하지 않고 자녀들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의 감정에 매몰되어 분노하고, 결국 법정으로 가게 되면 감정이 없는 글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과연 학교 밖으로 내모는 것이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바람직 한 일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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