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중매술사
[결혼이야기] 중매술사
  • 승인 2023.08.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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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리스토리결혼정보회사 대표
교육학 박사
이제는 결혼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도 업무가 되고 있다. 대구 달서구청은 젊은이들의 결혼을 장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결혼장려팀까지 두고 있다. 결혼을 주 업무로 하고 있는 이 부서에서는 커플매니저 양성과정과 결혼친화써포터즈단을 운영하면서 결혼 주선과 중매 교육에도 나서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강사로 참여한 적이 있다. 주로 4~50대 이상의 주부들과 퇴직한 중년의 남성들이 많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예전엔 결혼 중매는 ‘중매장이’의 몫이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결혼정보회사가 그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면서는 결혼이 단순히 남녀의 만남이란 차원을 넘어 저출생과 인구감소라는 문제와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공공의 영역은 물론 사회 모든 주체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추세나 경향들은 TV 방송프로그램들의 변화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결혼 중매를 소재로 TV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으나 최근 들면서는 방송사들 마다 다양한 결혼 중매 프로그램들을 신설해 선보이고 있다.

얼마 전 한 방송사 프로그램 담당 작가가 결혼 중매 프로그램인 ‘중매술사’를 소개하면서 전국에서 제일 중매 잘하는 사람을 섭외 중이라며 출연을 요청해왔다. 작가의 설명은 중매를 소재로 매번 예비 신랑 신부와 결혼 매니저가 함께 나와 방송에서 실제로 중매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처음 들었을 때는 방송에 나와 중매를 직접 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특히,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도 보수성이 강한 지역의 특성상 매번 방송에 출연할 회원들을 구할 수가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 갈등하다가 결국 방송출연을 사양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얼마간 지나 우연히 방송을 보니 인기 MC가 진행을 맡았고 출연하는 남녀들도 많았다. 방송에 나온 예비 신랑신부들의 스펙들은 저마다 대단했다. 고액 연봉에 전문직 남성과 여성들이었다. 출연한 남녀는 먼저 배우자의 조건을 제시하고 중매를 맡은 매니저들은 저마다 추천한 회원의 장점을 어필하면서 서로 인연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 때로는 밀고 당기기가 이어지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자존심 대결이 미묘하게 펼쳐지는 등 스튜디오에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또 다른 방송에서는 재혼할 남녀들의 신청을 받아 특별한 장소에서 함께 활동하게 하면서 그 과정에서 서로 마음에 드는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방송한다. 남녀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마음의 변화와 갈등, 태도들을 상세하게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흥미와 재미를 이끌어내고 있다.

옛부터 중매는 ‘잘하면 술이 석잔이고 못하면 뺨이 석대’라고 했다. 중매장이가 중매를 붙이기도 하고 떼기도 한다는 속설처럼 중매인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중매는 누군가에게 평생의 배우자를 찾아주고 또한 인연을 맺어주는 것이어서 더없이 귀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결혼을 하기 위해 찾아온 의뢰인의 여러 가지 조건이나 특성을 종합해 거기에 맞는 신랑 신부감을 전국에 수배해서라도 맞춤형으로 인연을 찾아주는 중매인의 역할은 전설속 ’월하노인‘의 마법과도 같다.

비혼과 저출생이 사회위기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온 국민이 중매에 나선다는 각오로 뛰어야만 위기도 극복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결혼중매를 소재로한 방송 프로그램의 잇따른 등장 역시 큰 기대를 갖게 한다. 100세시대에 건강한 중장년들의 재혼 맞선 프로그램도 추천하고 싶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팩이 좋은 선남선녀 뿐만 아니라 평범한 청춘남녀들에게도 문이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결혼프로그램을 통해 상대적 차별이나 열등감들이 조장된다면 오히려 결혼장려에 마이너스다. 새롭게 분위기가 고조되는 결혼 중매의 시대, 비혼과 만혼풍조를 뛰어넘는 큰 흐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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