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상여집
[달구벌아침] 상여집
  • 승인 2023.08.0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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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홍희는 책보를 메고 학교를 간다. 깡충깡충 뜀박질을 할 때 마다 두 갈래로 묶은 머리가 덩달아 깡충깡충 흔들린다. 집 앞 동네못을 반 바퀴 돌면 동네 끝 오르막이다. 홍희는 한 집 건너 사는 상희와 같이 간다. 홍희는 동네 느티나무 아래서 상희를 기다린다. 둘이서 손을 잡고 흔들면서 동네못둑을 걸어가노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고 겁날 것이 없다.

못둑 꼭지점을 돌 때쯤 도랑옆에는 상여집이 있다. 흙벽돌로 지어졌는데 흙이 부스러져가고 있었다. 낡은 기와지붕은 한 쪽이 약간 내려앉아 기우뚱한 모양이었다. 나무판대기를 못으로 박아 만든 문은 원래부터 그랬는지, 세월이 지나 나무가 비틀려서 그런지 틈이 크게 벌어져 있었다.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보일 정도다. 안에서 누군가 있어도 지나가는 사람이 다 보일 것이었다.

동네사람들 중 돌아가신 분이 생기면 그 상여를 꺼내어 썼다.

상여에 관을 얹고, 빨간 천을 둘렀다. 한자가 써져 있었는데 홍희는 알지 못한다. 관을 놓는 그 위로 가마처럼 둥근 지붕을 얹었다. 네 개의 모서리에 긴 나무로 대를 세웠고, 깃발이 휘날리게 꽂았다. 관 주변과 위쪽 사면은 종이꽃으로 장식했다. 살아서는 꽃가마를 못 타보았지만, 죽어서는 저승으로 가는 길에 꽃가마를 타고 가시라고 만들었나 보다.

몸통 아래에 가로로 나무를 여러개 대어 들 수 있도록 했다. 사람이 들어가 어깨에 걸쳐서 들었다. 상주를 제외한 동네 남자 어른들이 양쪽에서 가마를 들 듯이 여러명이 들었다. 키가 비슷해야 했다. 힘이 센 사람 위주로 상여꾼이 되었다. 누구하나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돌아가신 분을 마지막 배웅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을 그 분에 대한 정이고 성의라고 여기는 듯했다. 또한 상을 당해 슬픔에 빠진 자식들에게 위로를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맨 앞에 나이 지긋하고 목청이 좋은 사람이 놋쇠종을 들고 두건을 썼다. 그 사람의 지휘하에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합을 맞추었다.

종을 흔들며 상여가를 부르면 상여꾼들이 따라 불렀다. 상주들은 마음을 다해 곡을 했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잘 가실 수 있도록, 살아계실 때 못해준 기억이 떠올라 애통해서 곡을 했다. 상주들의 슬픈 곡소리가 꽃장식을 한 상여와 묘한 대조를 이루며 알 수 없는 감정이 생겼다.

꽃을 단 그 날을 빼면 상여는 날고 허름한 집에 보관했고, 죽은 자의 혼이 떠나지 않고 남아 떠돌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에 그 곁을 지날 때는 발걸음도 죽이고 말소리도 죽였다.

홍희에겐 아직 죽음이 익숙지 않다. 아니 죽음을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안 계시지만 홍희가 태어나기도 전에, 엄마가 시집오기도 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홍희는 죽음이 주는 무게와 의미를 알지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다. 이제부터 ‘학교’라는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고, 하루하루 적응하느라 바쁘고 즐겁다. 그랬기에 죽음과 관련된 것들은 꺼려지고 두렵고 무서운 것이다. 멀리 하고 싶은 것이다.

혼자서 상여집을 지나갈 일이 생길때는 빨리 뛰어가거나 못 반대편으로 돌아 간다. 상여집 옆에 친구집이 있는데 왠지 죽음과 가까워지는 것과 같아서 가고 싶지 않았다. 밤이 되면 바로 뒤에 상여집이 있는데 화장실은 어떻게 갈까, 잠을 자다가 가위를 눌리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다.

홍희와 상희는 함께 학교에 간다. 둘이기에 상여집을 지날 때도 무섭지 않았다. 학교가는 아침, 하늘은 맑고 햇빛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래서 안심하고 학교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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