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혁신 없는 혁신위원회
[수요칼럼] 혁신 없는 혁신위원회
  • 승인 2023.08.0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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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공학박사
이충원 ㈜데씨제 대표
혁신(革新)이란 단어를 한자어 그대로 풀어보면 '가죽을 새롭게 벗겨낸다'라는 뜻이다. 즉 자신의 살가죽을 벗겨낼 만큼의 고통을 통해 새롭게 태어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의 김은경 위원장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혁신위원회가 혁신은커녕 새로운 정치 비전이라도 제대로 제시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마저 든다. 이에 본고에서는 과연 무엇이 문제이고, 혁신위원회가 어떠한 기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루어보고자 한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이 혁신위원회를 통해 당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는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정치는 여야 막론하고, 뚜렷한 비전 없이 상대의 과오만을 탓하는 형태로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치는 아니더라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정치적 비전 제시는 분명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최초 논란이 된 김위원장의 여명 비례 투표에 대한 발언은 개인적으로 가히 충격적이었다. 지난 7월 20일 청년과의 좌담회에서 "왜 나이 들은 사람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는가?" "왜 미래가 짧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과 1대 1로 표결해야 하는가?"라는 발언들은 도대체 어떤 개념과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결국 노인폄하라는 뭇매를 맞으며 사과하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이는 노인폄하 이상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논리라면 병원에서 투병중인 시한부 환자들 또한 모두 대한민국의 어떠한 결정에도 참여할 수 없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생각들은 단순히 노인을 폄하하는 것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가지는 기본권에 대한 개념자체가 없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실 혁신위원회의 위원장이 가지는 이러한 발상들이 더 큰 위협이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주장을 지지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양이원영 의원은 "지금 투표하는 이들은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다. 오래 살아있을 청년과 아이들이 미래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참으로 납득할 수 없는 발언이다. 마치 사람의 수명을 본인이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 같아 더 어처구니가 없다. 사람의 수명은 오직 하늘만 아는데 말이다.

아무리 말실수라고 치부하고, 사람이 항상 올바른 생각만을 할 수 없다고 너그럽게 이해해 주려고 해도 이는 결코 상식적이지 못하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그러한 말이 아니라 그러한 발상을 하는 개인의 개념과 상식이다. 과연 그러한 개념과 상식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치를 이끌 수 있는 혁신적인 그 무언가가 나올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금감원 부원장으로 지내면서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게 엄청 치욕스러웠다."라는 발언은 과연 이분이 혁신위원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마저 들게 한다. 민주당의 혁신위원회가 만들어진 진정한 배경이 무엇인지는 필자 또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외적으로 보이는 혁신위원회의 존재 이유는 현 정부나 여당과 맞서 싸우라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만일 그럴 목적이었다면 혁신위원회라는 용어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 혁신위원회는 말 그대로 민주당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가죽을 벗겨서 혁신을 이루어야지, 남의 가죽을 벗겨서는 결코 혁신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김은경 위원장을 둘러싼 많은 논란들이 있지만, 이러한 논란들을 토대로 김은경 위원장에 대해 어떠한 평가를 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주체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만 판단하고 싶을 따름이다.

왜 민주당은 혁신위원회를 만들었는가? 그리고 민주당은 김은경 위원장으로부터 어떠한 혁신을 기대하였는가? 만일 혁신위원회의 설립 목적과 기대하는 바가 분명하다면 현재 혁신위원회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논란들이 그것과 부합하는 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아직까지는 혁신위에 대한 어떠한 변화나 결정도 내리지 않고 있다. 가히 혁신적이라 생각한다. 가죽을 벗겨내어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논란들이 가죽을 벗겨낼 만큼의 고통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고통을 견디려고 하는 자세를 보면 이는 혁신보다는 인내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다.

대한민국 정치는 분명 혁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혁신은 혁신이 아니다. 민주당이 이왕 혁신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제대로 된 혁신을 통해 국민들에게 불편감과 고통이 아님 즐거움과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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