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정당방위에 대한 오해
[생활법률] 정당방위에 대한 오해
  • 승인 2023.08.1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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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부동산·형사 변호사
칼을 든 70대 A가 B를 칼로 찌르자 그 사람을 밀쳐 내었고 다시 A가 공격하므로 B가 발차기로 A를 쓰러뜨린 후 칼을 뺏었으나 B도 상해 사건의 피의자라면서 조사를 받게 되어 억울하다는 뉴스 기사가 있다. 뉴스 내용은 마치 정당방위를 한 B도 같이 처벌될 듯이 표현되어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정당방위’가 너무 좁게 인정된다는 비판조의 기사이다. 과연 그럴까?

정당방위(정당방어는 형법상 정확한 용어가 아님)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를 말한다(형법 제21조).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이유는 개인이 스스로 타인의 부당한 행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법질서를 침해하는 행위가 아니라 법질서를 수호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정당방위에 해당하면 그 과정에서 상대(침해자)가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어도 살인죄나 상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

방위행위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하고(법률용어로 상당성이라고 함), 작은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지나치게 큰 법익에 대한 반격을 가하였을 경우에는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아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없고 과잉방위가 된다. 손으로 방어할 수도 있는데 칼로 방어한 경우, 방위행위 중 상대방이 쓰러져 더 이상 나에게 공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폭행을 가한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과잉방위는 정황에 따라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고, 다만 그 행위가 불안스러운 상태 하에서 공포·경악·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 칼로 방어하는 과정에서 복부와 같은 인체의 주요 부위를 3,4회 정도 찔렀다면 이는 방어행위를 가장한 공격행위이므로 과잉방위가 아닌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판례를 보면 길거리에서 억울하게 도둑으로 몰려 많은 사람들에게 구타를 당하던 중 마침 가지고 있던 손톱깎이 칼을 휘둘러 상처를 입힌 것을 정당방위로 인정하였다. 새벽에 가정집에 칼을 든 강도가 침입하여 노부부를 협박하던 중 뒤늦게 귀가한 아들에게 발각되어 아들이 빨래 건조대로 강도를 공격하여 강도가 항복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추가적으로 강도를 여러번 폭행하여 강도에게 중상을 입힌 사안에서는 과잉방어로 인정되었다.

위 사건을 보면 칼로 찌르는 사람을 밀쳐 내고, 다시 공격 당하자 발로 공격자를 차고 칼을 뺏는 행위는 누가 보아도 합리적인 방법의 방어행위에 해당하므로 당연히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처벌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혹시 과잉방어라고 인정되어도 판사는 처벌하지 않을 것이다(형 면제).

만일 위 사건에서 A가 넘어져 칼을 빼앗긴 후에도 B가 계속하여 여러 번 A를 발로 차 상처를 입혔다면 과잉방위에 해당하거나 또는 공격행위 자체가 소멸되었으므로 방어행위로 볼 수 없어 상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

B가 상해죄 피의자로 입건 경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만일 A가 ‘B가 발로 차서 내가 다쳤다, B를 처벌해 달라’라고 고소하였다면 수사기관은 당연히 A의 고소를 접수하여 B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수밖에 없다. 피의자로서 수사를 받는다는 것이 곧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뉴스는 마치 ‘피의자로 조사 받은 것 = 정당방위 아님’의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보도하여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댓글에서 ‘범죄자 인권이 우선인 정신병자 나라, 흉악범이 끝까지 덤비면 방어만 하고 무조건 방어만 하다가 한번 실패하면 죽으란 이야기냐,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에서 재판결과까지 신경 쓰라는 말이냐, 어이없는 법이다’라는 비난 글이 많다. 위 뉴스는 경찰이 왜 B를 상해죄의 피의자로 입건하게 되었는지 관한 설명 없이 마치 경찰이 자발적으로 B의 상해죄 성립을 인정하는 듯이 수사를 진행하는 것처럼 보도하여 사람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신속을 요하지 않는 기사는 반드시 정확한 팩트체크 및 정보전달이 필요하다. 기본을 무시한 기사는 국민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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