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생후 만1년 차 반장과 새싹반 선생님께 드리는 경의
[화요칼럼] 생후 만1년 차 반장과 새싹반 선생님께 드리는 경의
  • 승인 2023.08.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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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홍란 시인·문학박사
뿌리를 가지지 못한 겨우살이에게

가지 한 켠을 쓰윽 내어주는 물참나무

이런 아름다운 만남으로

지구는 푸르게 푸르게

숨쉬며 살아 있는 거야

-곽홍란의 시 「만남」중에서



선생님의 품에 안긴 아기가 까르르 웃으며 종이 한 장을 흔들고 있다. 환한 웃음의 원인인 듯한 하얀 종이가 궁금해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방금 찍은 모습인 듯한 아기는 금빛 왕관을 쓰고 초록나무처럼 사진 속에서 방글방글 웃고 있고, 그 아래 글이 적혔다. “위 어린이는 2023학년도 국공립예은어린이집 새싹반 학급 반장으로 임명함. 원장 정혜경, 담임교사 박정미”라는 내용이다. 임명장 내용을 읽은 후 아이를 보니 새삼 의젓한 주인공으로 보였다. 나도 모르게 웃음보가 터지고 손뼉까지 치면서 “반장님! 축하드립니다”라는 격려가 절로 나왔다.

생후 13개월 차에 임명장을 받아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기억조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가물가물할 것이다. 지금까지 수신되었거나 수여 받은 적 있는 임명장 또는 상장에는 수여기관의 대표자 직함과 성명의 기록 정도가 일반적인 예였다. 그러나 이 임명장에는 기관장 명의 아래 담임교사의 성명이 또박또박하게 적혀 있었다. 한 생명의 인생에서 만난 첫 번째 선생님의 존함 기록이다. 종이의 오른쪽 맨 끝 정렬에 자리매김 된 이름 석 자의 위치조차 보이지 않는 묵언을 읽는 듯했다. 언제나 아이들 곁에서 끝까지 기다려주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는 듯해 든든하다.

솔직히 궁금했다. 생후 13개월 아이의 발달 특징을 살펴보면, 키 72~81cm, 몸무게 8~12kg, 혼자서 일어설 수 있고, 손잡고 걸을 수 있다. 옷을 입혀줄 때 자세를 맞춰 주기도 한다. 엄지와 검지로 작은 물건을 잡을 수 있고, 손으로 탐색하기를 즐긴다. 혼자 컵을 들고 물이나 음료를 마시기도 한다. 간단한 공놀이도 할 수 있다. 칭찬과 꾸중을 구별하고, 자주 보는 사람은 알아보기 시작한다. 색깔이 있고 선명한 그림에 관심을 보인다. 설사, 소화불량에 따라 이유식을 조절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로 탈수 예방에 주의한다. 평균 몸무게보다 20% 이상 무거우면 소아비만 관리 필요한 대상이다. 이처럼 타인의 도움이 절실한 신체와 턱없이 부족한 인지와 사회성을 가진 유아에게 반장이라니? 그 역할이 사리에 합당하거나 마땅하지 않은 듯하고, 반장의 직함과 역할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궁금해하는 눈빛을 읽으셨는지 새싹반 선생님은 들려주신다. “이제 갓 돌 지난 어린이지만요. 반장이 하는 일은 참 많답니다. 생글생글 웃기만 해도 친구들 얼굴이 환해지지요. 맛있게 먹으면 친구도 따라서 잘 먹지요. ‘야옹’ 옹알이를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동물들이 노래 부르지요. 친구가 울면 다독여주기도 하는걸요. 우리 새싹반은 반장님이 있어야 밥도 먹을 수 있어요...” 듣고 보니 그랬다. 한 살이든, 스물, 또는 일흔이든 일상은 삶의 축소판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에 함께 존재하는 인격의 품성에 따라서 그 품격의 가치가 달라진다. 새싹반 박정미 교사의 말씀을 들으면서 처음 학교인 어린이집의 소중함과 국공립예은어린이집 정혜경 원장의 따뜻한 교육철학을 읽을 수 있었다.

조선 왕실에서는 원자의 인성교육을 위해 보육과 교육시설로 보양청과 강학청을 세웠다. 유아기는 말과 행동, 감정 표현, 그리고 버릇이 생기는 최초의 시점이다. 이때 몸에 밴 습관은 평생 갈 수 있다. 왕실에서는 아이가 사물을 구분할 능력이 생기면 식사와 대화 예절부터 지도하게 하였다. 바로 어릴 때의 기본 생활 습관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기록이다. 기본적인 습관이 잘 형성된 유아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다. 사회에 잘 적응하고, 능동적이며, 타인을 배려할 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처럼 인성교육, 덕성교육은 새로운 현대 교육이 아니다. 동서양과 시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강조된 교육이다. 자신의 가치와 타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기본적인 태도는 유아기 때 형성된다. 최초의 유아교육기관인 어린이집에서 타인과 어울려 사는 지혜를 익히고, 감정과 생각을 잘 표현하고, 자신을 신뢰하고, 친구를 배려하면서 재밌게 놀고, 선생님 말씀 새겨들으면서 많이 웃고 고개를 자주 끄덕이는 만1년 차 황이서 반장과 박정미 선생님의 행복한 시간을 힘차게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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