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전길*이라 했지요
차나무 한 그루 보지 못했어요
찾아 나선 것들은
꽁꽁 숨어버리는 습성이 있나 봐요
마당의 풀들도 푸른 물을 품고 있었지만
차가 되지 못하는 건 무슨 연유일까요
집으로 돌아와 차를 우려 보았지요
씁쓸하고 떫은맛이 났어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일들처럼요
제대로 우린다는 게
제맛 내고 살아간다는 게
좋은 찻잎으로만 되는 건 아닌가 봐요
낯선 일들도 그런 것 같았어요
*보성군 득량면에 있는 길 이름
◇이미루= 서울 출생. 2020 ‘작가’ 신인상 등단.
<해설> 보성군 득량면에 있는 길 이름 다전길을 두고 슬슬 이야기를 풀어가는 기교에 입체적으로 끼워 넣어진 문장들이 마치 피카소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아 신선하다. 젊음이 물씬 느껴진다. “꽁꽁 숨어 버리는 습성이 있나 봐요”가 그러하고 “마당의 풀들도 푸른 물을 품고 있었지만/ 차가 되지 못하는 건 무슨 연유일까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일들처럼요” 같은 문장이 끼어들면서 동문서답 같은 직관이 이 시의 제맛을 내는 데 제대로 역할하고 있으므로 감각적 시인의 모자이크는 이미루 시인만의 새로운 시 맛이다. 입 안에 머금은 향이 그윽하고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