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새만금 잼버리대회가 주는 메세지
[수요칼럼] 새만금 잼버리대회가 주는 메세지
  • 승인 2023.08.1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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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 박사
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 박사
지난 8월1일 폭염 속에서 개최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우여곡절 끝에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로 마무리되었지만 그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까지 가세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인 전북도의 책임공방은 국민들의 눈에는 볼썽사납게 비쳐지고 있다. 여권은 잼버리대회를 위한 지역기업들이 시설·운영 관련 사업을 유치한 것을 두고 지역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면서 비판했다. 반면 야권은 정부 차원의 수많은 현장 점검과 지원·보고회가 열렸고, 전북 부안에 여성가족부 파견 공무원들이 상주했다는 점을 들어 중앙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잼버리 대회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주최하는 스카우트의 가장 큰 국제행사로 4년마다 열리는 합동 야영장이다. ‘너의 꿈을 펼쳐라’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새만금 잼버리대회는 158개국 만14~만17세 청소년 4300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8월2일 열린 개영식에서 온열질환 108명을 비롯한 139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등 샤워실, 화장실 등이 참가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대다 위생마저 취약해 벌래물림과 피부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이도 많았다. 결국 엿새만인 6일 미국·영국·상가포르 대원들이 이탈하면서 대회는 사실상 파행되었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보면 지역발전이라는 목적을 위해 메가 이벤트를 유치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북도의 경우도 지역발전을 위해 새만금 잼버리대회를 유치했다. 전북도가 새만금을 고집한 것은 갯벌 매립뿐만 아니라 도로·공항 등 인프라 사업에 정부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잼버리를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또한 새만금 잼버리대회 개최를 통해 대외적인 이미지 제고와 지명도 확산이라는 부가가치는 장기적으로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도 있다. 대회를 개최하면서 자원봉사 활동, 시민사회의 잠재된 지역 사랑 에너지 결집은 지역주민들에게 자신감과 자긍임을 고취하여 지역발전의 새로운 활력을 창출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북도가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를 개최하려는 의욕을 탓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만금 청사진에는 있었지만 사업성이 희박해 착수가 불투명하던 새만금 신공항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와 정치인들의 압력에 밀려 2019년에 문재인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준 것은 지역발전을 위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성과이다. 그러나 대회가 파행으로 진행되면서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청소년들의 눈에 비친 지역사회의 이미지와 지역 주민들의 자긍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대회가 파행으로 운영된 원인은 무엇일까? 지방정부의 핵심역량 부족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준비 부족이 원인인가를 살펴봐야 한다. 또한 정치색이 다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비정치적인 영역까지도 정치적인 유·불리에 매몰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과 해결할 수 방법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북도가 장소적으로 불리한 새만금에 잼버리 대회를 유치하고, 중앙정부를 상대로 대규모 재정 지원을 받아 낸 것을 보면 핵심역량이 부족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번 대회의 파행 원인은 폭염과 벌레 그리고 화장실 및 샤워실과 같은 위생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대회 유치와 준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이다. 그렇다면 본 행사를 준비한 지자체는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는 속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얼마나 긴밀하게 협력했는지도 의문이다. 지자체 입장에서 중앙정부는 대회 개최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나 문화행사를 위한 재정지원을 해주고, 행사의 준비와 운영은 지자체의 역량으로 진행하기를 원한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들어간 재정규모를 보면 중앙정부의 잘못으로 탓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는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준비과정에서 지자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얼마나 알려고 노력했으며, 이를 위해 자발적으로 지자체와 의사소통을 했는지 궁금하다.

새만금 잼버리대회의 파행은 전북도만이 아니라 모든 지자체가 잠재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수도권 쏠림현상과 지방소멸의 문제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지자체는 지역발전을 위해 무리해서라도 메가 이벤트를 유치하려고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정치권을 움직여 예비타당성을 면제받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권은 표를 의식한 지역주의에 함몰된 지역정당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정치권은 책임을 규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지자체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고 또한 시도민들에게 새로운 발전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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