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벌레들의 경쟁 하나에로의 몸짓, 자유로운 선택 허공 별,
그리운 주검들, 먼 어둠 둥그런 밝음, 또 하나의 완성,
떠오르는 모습들 외길,
어우러지는 날들, 불빛 속 다른 길,
바람이 이는 조그만 공간,
몸통만 남은 기억의 잔해들,
일치,
그리고 웃음 웃음들,
◇이정오= 충남 출생. 아주대 영어영문학과 졸. 2010년 계간 <문장> 신인상. 시집 『달에서 여자 냄새가 난다』, 『층층나무편의점』, 『살판』.
<해설> 장맛비 돌아온 밤, 고가다리 위로 달리는 차들이 부쩍 줄어들었다. 차들이 켠 헤드라이트 불빛은 전과 같지는 않지만, 환히 켜진 가로등들이 내리는 비와 어울려 이글거린다. 불빛을 향해 달려드는 날벌레들의 난무 또한 처절하다. 와중에도 어디론가 이 비를 뚫고 달려가야 하는 차들의 바퀴는 멈출 수 없는 생업과 맞물려 있을 것이다. 전구를 둘러싼 둥근 유리막 안으로 어찌 파고든 건지, 수북하게 쌓인 빈 껍질만 남은 주검들, 그걸 눈뜨고 바라보며 웃어야 하는 가로등의 운명은 참으로 가혹하다. 길게 일정 간격으로 늘어선 채 누구의 밤길을 밝히는가. 시인이여.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