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스트레스와 비움
[대구논단] 스트레스와 비움
  • 승인 2023.08.2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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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규 행복학교 교장·경영학 박사
‘묻지마 흉기난동’, ‘살인예고’, ‘자살율 급증’이라는 무서운 단어를 최근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된다. 이에 정부는 대통령 지시로 전 국민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첫 종합 대책을 올해 하반기에 발표할 것이라 한다.

이에 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국민 정신건강 서비스 혁신 대책’을 준비 중이고 “여러 요인으로 전 국민의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정신보건 서비스에 대한 획기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밝힌 바가 있다. 작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를 보면 우울증 진료 환자는 2017년 68만169명에서 2021년 91만785명으로 4년 동안 23만616명(33.9%) 늘었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은 2017년 23.4%에서 2021년 34.1%로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청년층에서 증가 폭이 두드러진 점에 대하여 우리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과연 무엇 때문에 미래 대한민국의 주축이 될 청년들의 정신건강이 나빠지고 있는지 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5월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2019년 3.1%로 집계됐던 고립 청년의 비율은 2021년 5.0%로 60% 이상 증가했다. 고립 청년은 정서적 또는 물리적으로 타인과 관계망이 단절됐거나 외로움 등의 이유로 최소 6개월 이상 고립상태인 청년을 뜻한다. 고립 생활을 한 계기로는 2명 중 1명이 실직 또는 취업의 어려움을 꼽았고, 고립 생활을 하게 된 이유로 가장 많은 45.5%가 ‘실직 또는 취업에 어려움’을 말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중소기업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구인난으로 심한 마음고생을 한다. 입사 초년의 직장인들은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 하고, 급여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느껴지면 이직이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초기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기계화로 대체한다는 말까지 한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통계자료의 청년들 우울증과 고립 생활의 이유가 취업의 어려움이라고 하다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청년들의 큰 고민 중 하나는 분명 취업이고, 기업들의 큰 걱정 중 하나가 구인난이라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서 문제없는 구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복합적인 그리고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 있겠지만, 이런 이질적인 사회적 문제는 청년들의 마음속 바로 비교심리 때문일 수 있다. 자신의 오늘을 흡족해하는 안분지족의 마음보다는, SNS를 통해 이루어지는 이름조차 모르는 타인들의 수많은 화려한 사진들 속에서 초라해져 있는 자신을 보기가 힘든 것이고 이것이 스트레스의 시작일 수 있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쌓이고 적절히 해소되지 못해 고립과 은둔의 형태로 자신을 가두는 것이기도 하다.

스트레스는 외부 환경이라는 고정될 수 없는 변수가 있으므로 예측하기도 어렵고 통제하기도 어렵다. 쉽게 말해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다만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소화를 해서 배출하느냐에 대한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최근 불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회문제 역시 ‘감정의 소화와 배출 기능’의 균형이 깨어진 문제라고 생각된다. 깨어진 균형은 작게는 개인의 스트레스, 우울증으로 시작되지만, 크게 보면 국민 전체의 불편한 감정의 전염이 이루어지는 셈이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에 관하여 연구하고 강의하는 나에게 불필요한 비교심리에 따른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 한 가지를 물어본다면 나는 ‘비움’이라 말하고 싶다. 자고 일어나면 수없이 쌓여있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과연 무엇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해가 되는지도 모른 채 모두 흡수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기에 진정 채워야 할 것을 채우기 위해, 가끔 우리는 비우는 연습을 해야만 한다. 불필요한 정보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상태에서 아무리 좋은 것을 이야기하여보아도 소용이 없다. 비워야 공간에서 나만의 울림, 진실을 찾을 수 있다. 무분별하게도 많이 채우기만 하므로 소화되지 못한 내용은 나라는 자아를 잃어버린 채 ‘비교’라는 마음을 만든다.

가끔씩은 핸드폰과 PC의 전원을 꺼두어도 좋을듯하다. 넘쳐나는 정보의 파도 속에서 자신의 잃어버리고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가면으로 삶을 살아가지 않았으면 한다. 비우고 그 새로움 속에서 자신을 발견한다면 세상을 맑게 볼 수 있는 마음의 근력도 생기지 않을까 한다. 그러는 사이, 스트레스로 인한 상처는 보듬어지고, 희망이라는 새살은 돋아날 것이다. 다음 달에는 보다 밝은 소식이 많이 들려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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