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달리고 싶었네
햇살을 튕기며 굴러왔네
바람보다 더 빨리 달려왔네
그 튼튼하던 이빨도 무너지고
잇몸마저 축에서 멀어져갔네
헐거워진 가슴에 흙 비늘을 채우고
높은 산비탈까지 기어올랐네
한 번도 그대를
찬찬히 바라볼 수 없었던 날들
평생을 길 아닌 곳으로 가지 못했으니
스스로 낮아지려 어깨 구부리고 살아왔으니
죽어서 등짐에 실려
산 중턱으로 높이 올라앉았는가
아직도 새벽 공기를 가르며
어느 비탈길 달리는 꿈에 젖어 있는가
◇서정문= 경북 안동 출생. 《우리문학》으로 시, 《한국수필》로 수필 등단. 서초문학상. ‘다층’, ‘글밭’ 동인. 시집으로 『지도에도 없는 길』 외 2권이 있음.
<해설> 폐타이어를 보고 있다. 그것도 길 위 혹은 길가의 폐타이어가 아닌 어떤 다른 용도인, 태풍이 몰고 올 장마에 산 중턱 밭둑이 무너져 내릴까 속을 흙으로 채워 쌓아둔 그런 폐타이어를 시인은 지금 보고 있다. 그런 폐타이어는 이미 타이어가 아니다. 시인 자신을 폐타이어로 보고 있다. “그 튼튼하던 이빨도 무너지고/ 잇몸마저 축에서 멀어져갔네”에서 철저하게 동일화된 자신을 이야기하면서 한 번 더 깊이 잇닿아 있는 죽음까지 건드리고 있다. 둥근 타이어는 그러니까, 구르기를 멈춘 것 같지만, 어쩌면 한 생 그다음의 생에서도 구르는 것이 본성일 것이다. 시인이 살아온 삶이란? 길 아닌 곳으로 함부로 가지 않은 삶이며, 항상 자세를 낮추어 살아온 삶인 것도 이 시에서는 훤히 읽힌다. 조금은 후회되겠다 싶기도 하면서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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