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묻지마 범죄
[수요칼럼]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묻지마 범죄
  • 승인 2023.08.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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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최근 들어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이나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과 같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SNS 등을 통해 살인이나 폭행을 예고하는 글들이 자주 등장하면서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실제로도 경찰청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묻지마 폭행은 전국에서 매일 3건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 사회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범죄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사회적 적대감을 묻지마 범죄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즉 사회에 대한 불만과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를 겪고 나서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의 가중은 자신의 처지 비관이나 사회에 대한 악감정들이 증가할 수 있다. 실제로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약 75%가 직업이 없고, 72.9%는 월수입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 사회의 현재 상황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개인의 잘못과 책임은 용서될 수 없다. 자신이 아무리 어려움에 처해 있고, 아무리 불만이 높다 하더라도 그것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부분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표출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고, 또 인간이기에 부정적인 감정들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들을 실제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은 범죄이며 무책임한 것이다. 요즘 자주 언급되는 분노조절장애도 결국 이러한 맥락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개인들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그러한 감정을 해소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결국 가정이나 학교에서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교육은 단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이에 교권의 추락과 학부모의 갑질 등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고 사회 속의 적응적 개인이 될 수 있는 능력들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 여건 조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결국 교육이 바로서야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범죄도 줄어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묻지마 범죄는 정신질환이나 마약과도 연관성이 있다.
우리 사회는 과거에 비해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 추세에 있다. 현대 사회의 특성 상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있고, 사람들은 점점 더 고립되어 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 사회의 1인 가구 증가는 정신질환을 치료와 관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왜냐하면 묻지마 범죄에 자주 등장하는 조현병과 같은 질환들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발적으로는 병원을 찾지 않거나 약물치료에 소극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지역사회 커뮤니티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체계적인 커뮤니티만이 사회적 고립의 해소와 정신질환의 치료 및 관리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널리 퍼지고 있는 마약도 묻지마 범죄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마약은 어느 샌가 우리 사회의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대구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 지역의 마약으로 검거된 사람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3.9% 증가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특히 20대가 34.4%로 가장 많았으며, 10대 검거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년층의 마약 사용 증가는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 측면에서도 매우 우려 되는 일이다. 더 이상 우리 사회에 마약이 퍼지지 않도록 사회 시스템을 점검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묻지마 범죄는 범죄의 동기가 알기 어렵거나 뚜렷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나 일면식도 없는 개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범죄를 말한다. 그렇기에 묻지마 범죄에 희생당한 사람들은 더 선량하고 억울한 피해자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형태의 범죄들은 우리 사회의 불안을 증가시킨다. 사회는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사회는 함께 소유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인생은 한 번의 감정폭발과 바꿀 수 있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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