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지문 -열쇠
[좋은 시를 찾아서] 지문 -열쇠
  • 승인 2023.08.2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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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형 시인
박진형 시인

다녀간 흔적을 불러 봅니다

잃어버릴 수 없는 열쇠가

살갗이 닿을 때마다 내 몸에서 일어납니다

골마다 촘촘히 박혀 그늘집니다

당신에게 건너가기 위해 달구어집니다

온몸을 파고들어 당신을 만집니다

평생 변하지 않는 견고함은

끝에 달라붙어 겹소리를 냅니다

숨소리 대신 향기로운 시선으로 음표를 그립니다

불거진 주름 아래 낯선 표정이 독백합니다

꿈꾸는 문양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아

비밀은 촘촘히 박힙니다

내가 간직한 눈동자는 얼마나 정직한가요

무늬를 따라 해독을 기다리는 암호가 깜박입니다

쉽게 해독되지 않는 미로에 불온한 틈이 생깁니다

오래 어루만져도 닳지 않는 당신을 해독하려

무르익은 끝마디가 뜨겁게 달구어질 때까지

◇박진형= 2016년 ‘시에’로 등단. 201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문학동인 Volume 회장 역임, 용인문학회 편집위원, 시에문학회 부회장, 시란 동인. 웹진 ‘시인 광장’ 편집장 역임,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지원금 및 용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조집 ‘어디까지 희망입니까’ 가 있음.

<해설> 지문이 열쇠다. 다녀간 흔적을 불러보는 것은 몸이다. 열쇠는 몸의 일부인 손가락 끝의 지문이다. 지문의 말을 시인은 받아적고 있다. 평생?변하지?않는?견고함은 손끝에?달라붙어?겹소리를?낸다는 직관을 얻는다. 지문은 그런 것이다. 아무도 풀 수 없는 한 사람의 비밀 혹은 잠금장치를 풀 수 있는 것이 지문이다. 결국 지문이란 열쇠가 풀려는 것은, 기물로서의 문의 잠금장치가 아니다. 사랑이다. 사람이 잠근 마음의 문일 것이다. 무르익은 끝마디가 뜨겁게 달구어지고서야 겹소리의 음표가 사랑의 문을 스르르 열어줄 테니.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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