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정율성 공원이라니
[대구논단] 정율성 공원이라니
  • 승인 2023.08.2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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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대기자·전북대 초빙교수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뭐니 뭐니 해도 백두산이다. 중국에서는 장백산으로 이름을 바꿔 부르지만 한국인의 정서는 백두산이라고 해야 가슴에 와 닿는다. 압록강이나 두만강 역시 마찬가지다. 삼국시절에는 고구려가 지배하던 땅이었기에 만주벌판에 세워진 광개토대왕비나 장수왕릉 등 고구려 유적은 한국인들의 발걸음이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유적에 대해서 중국은 동북공정을 내세우며 고구려나 발해가 한민족의 나라가 아니라 중국의 변방 국가였다고 왜곡을 일삼는다. 백두산을 나눠가지고 있는 북한과 중국은 천지(天池)를 사이에 두고 별다른 영토분쟁은 없는 듯싶다. 백두산의 소유권과 관련하여 6.25전쟁에 중국공산군이 참전한 대가로 김일성이 절반을 할양했다는 소문도 있지만 역사적 진실을 우리가 알기는 어렵다. 아무튼 현재 북한의 실정은 절대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입장인 것은 틀림없기에 영토문제를 거론할 처지가 아니다.

54개 소수민족이 공존하는 중국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도시가 연길이다. 그래서 조선족 자치주로의 위상을 간직하고 있지만 근래에는 일자리를 찾아 수많은 조선족들이 한국으로 건너와 자치주로서의 주민수가 태부족하다는 전문이다. 자칫 자치주의 위상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염려를 듣게 된다. 이들 중에는 독립운동가의 자손들도 상당수다. 정부에서는 초근목피로 연명하면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총칼을 들고 일본군과 싸웠던 선열들을 잊지 않고 그 공로를 발굴하여 건국훈장을 수여하며 예우를 잊지 않고 있다. 요즘 광주에서 공원을 세운다고 해서 국민의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는 정율성 역시 일제에 대항하여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의 독립운동은 상해임시정부나 중경임시정부의 산하조직이 아닌 팔로군이었던 듯하다. 그가 대표적으로 나중에 중국인민군가가 된 팔로군행진곡을 작곡했기 때문이다. 팔로군은 장개석과 자웅을 겨루던 모택동의 외곽 군 조직이었다.

정율성은 비록 광주출신이긴 하지만 수많은 한국인들이 참여하여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던 독립군과는 거리가 멀었다. 철저하게 중국공산당 산하에서 그들과 동고동락을 같이했으며 더구나 6.25민족상잔의 비극이 연출되었을 때도 그는 김일성 군대의 일원으로 인민군과 함께 서울까지 입성했다는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정율성은 북한군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서 북한인민군가를 작곡하여 자유민주주의를 말살하는데 이바지한다. 정율성이 음악인으로서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한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필자로서는 알 수도 없고 알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다만 언젠가 중국에 갔을 때 연길과 도문 사이에 있는 용가미원(龍家美苑)이라는 엄청나게 큰 사설공원에서 하룻밤을 쉰 일이 있다. 중국의 유명한 조각가가 세운 공원인데 이 공원에 들어서면 맨 먼저 앞에 보이는 게 모택동의 큰 흉상이다. 중국 혁명가들의 흉상과 함께 정율성의 흉상도 있었다.

중국에서는 그를 상당한 요인으로 대우하는 듯했으며 나 역시 한국인으로서 외국에서 그만큼 성공하기도 어려울 텐데 하는 뿌듯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중국으로 귀화한 사람이었고 분단된 조국을 위해서는 오직 북한의 꼭두각시로 일관했다는 사실관계만은 분명히 살펴야 했다. 그는 광주에서 숭일학교를 다녔고 전주 신흥학교도 다녔다고 알려져 있다. 그가 음악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드날린 일도 없고 오직 중국군과 북한군의 행진곡을 작곡했다는 사실만으로 광주에 정율성로를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48억이라는 혈세를 들여 정율성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다.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을 것이라는데 북핵에 떨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안중에 없단 말인가. 정율성공원은 국민들의 원성과 분노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즉각 취소하고 국민 화합을 위해서 애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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