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작고 아름다운 선물, ‘바둑알 호두피자’
[화요칼럼] 작고 아름다운 선물, ‘바둑알 호두피자’
  • 승인 2023.08.2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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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홍란 시인·문학박사

자신이 공들이고
견뎌낸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슬픔조차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기쁨이 된다
-호메로스-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않는 지혜'의 가르침에서 던지는 질문에 붙들려 잠을 뒤척이며 나를 돌아보던 때가 있었다. 모든 항목에서 쉽게 다음의 징검돌로 건너갈 수 없었지만 몇 가지를 들어보라면 크게 다섯 가지 정도로 간추릴 수 있다.

첫째, 지금 고민에 빠져 있다면 그것이 1년 후에도 유효한 것인지 상상해 보라. 인생의 원칙은 두 가지다. 먼저,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마라. 다음으로 모든 문제는 사소하다는 것을 잊지 말라. 이것만 터득하면 삶의 평온은 바로 당신 것이 될 것이다.

둘째, 중요한 일부터 먼저 하라. 지금 귀하고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헤아리지 못하고 미루다 보면, 정작 당신에게 중요한 일은 하나도 이루지 못한 채 인생을 흘려보내게 될 것이다. 한 번뿐인 인생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셋째, 매일 한 번 이상 남을 칭찬하라.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자신이 상대를 얼마나 귀하게 생각하는지, 칭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초 밖에 안 된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듣는 사람이나 말하는 사람 모두에게 그 순간은 그날의 가장 멋진 시간이 될 것이다. 넷째, 갖고 싶은 것보다 지금 갖고 있는 것을 바라보라. 먼저 자신이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종이에 적어보라. 건강하고 밝은 가족들, 화목하고 든든한 부모 형제, 이웃, 친구 등 셀 수 없을 만큼 차고 넘칠 것이다. 지금 자신이 가진 것에 눈을 돌리고, 소중함을 발견하게 된다면 행복은 늘 자신의 것이다.

다섯째, 성공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라. 의미있는 성취란 무엇일까? 큰돈을 버는 것? 남에게 인정을 받는 것? 높은 자리로 승진하는 것? 갖고 싶은 것을 소유하고 쟁취하는 것? 오로지 외형과 물질적 성취에만 집착하지 말라.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고민하라.

그후, 나의 삶에도 다소 변화가 생겼다. 외형적이거나 물질적인 가치의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세계가 소중하게 존재함을 재인식하게 되었다. 별, 풀, 바람, 구름, 이마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울림이 더욱 귀하게 다가왔다. 하물며 인간 존재의 아름다움이야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며칠 전 생후 16개월 된 소녀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바둑알 4개를 모아놓은 듯한 크기의 작은 것이었다. 웃음을 머금고 아장아장 걸어오는 모습만으로도 즐거워서 "이서 공주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먼저 인사를 건넸더니, 꽃송이 같은 손으로 뭔가를 쑤욱 내밀어 쥐어주고 가버리는 것이었다. 얼떨결에 두 손 받혀 받아들긴 했지만 포장물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웃음이 나왔고, 내 생애 가장 어린 사람으로부터 받은 선물이어서 참으로 귀했다.

호두피자였다. 어린이집 새싹반(0세~1세)에 다니는 원아와 가족의 긍정에너지 지원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원장님(국공립예은어린이집, 원장 정혜경)과 담임선생님(새싹반 교사, 박정미)께서 직접 반죽하고 구워서 보낸 피자라는 것이다. 잘 먹고, 잘 웃고, 잘 자고, 잘 놀고, 잘 듣는다는 아이도 예쁘지만, 그 모습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마음도 존경스러웠다. 제과점 문을 열면 쉽게 돈으로 교환할 수 있는 피자가 아닌 정성과 감사를 담아 선생님께서 직접 호두피자를 구웠다는 전언, 그리고 아이에게 온 선물인 호두피자를 비록 한입 크기지만 반 친구, 이웃들과 나눔하겠다고 '바둑알 호두피자'를 모색한 가족 등 모두의 태도는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발견의 선물이었다.

박정미 선생님은 "이제 겨우 한 살밖에 안 된 원아들이지만 서로 먹여주고, 따라하고, 기다려주고, 눈물 닦아주고, 안아주는 새싹반 친구들"이라며 엄지를 척 올리며 웃으신다. 아이들의 인생에도 기쁘고, 노엽고, 슬프고, 즐거운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러한 시절에도 한때 참으로 귀한 사랑과, 소중한 존재로 여김받았으며, 함께 웃고 울던 벗들의 기억이 입가의 따스한 미소로 자리하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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