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대한민국 지도자의 리더쉽
[대구논단] 대한민국 지도자의 리더쉽
  • 승인 2023.08.2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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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호 대구대학교 교수
대한민국은 조선왕조의 멸망, 일제 식민시대와 6.25 전쟁을 겪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절대 빈곤의 나라로 떨어진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1961년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과 그 이후 산업화과정을 거치면서 전 국민이 합심하여 수탈과 폐허를 딛고 세계 10위의 선진국으로 올라섰다. 더구나 동학 농민전쟁, 3·1 운동,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6·10 항쟁, 최근의 촛불 혁명을 겪으면서 왕정, 식민수탈, 군사독재를 극복하고 김대중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 리더쉽으로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어 낸 대단한 저력을 가진 나라로 우뚝 올라서면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이룩하였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화려한 성장 뒤에는 수많은 사람의 죽음과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산업재해와 세월호 사건,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도 참사 등 여러 가지 대형 재난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더구나 심각한 기후 변화로 인해 불볕더위와 혹한, 폭우가 반복되고,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 파행 등 사람들이 만든 인재와 자연이 만든 천재지변이 합쳐져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참사가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어떤 사건 사고가 일어날지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시대마다 당면과제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다르지만, 대한민국은 지금 새로운 역할과 리더쉽이 필요한 시기이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적 선진화와 정치적 민주화를 최단시간 내에 달성하였지만, 그 이면에는 치열한 경쟁, 세계 최하위의 출산율과 가장 빠른 고령화로 국민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로 전락하고 말았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국내외적으로 새로운 역할을 강력히 주문받고 있으며,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국내적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첫째, 저출산 고령화 문제이다. 이 두 문제는 서로 맞물려 출산율이 높아지면 고령화율은 저절로 낮아지게 되어 있다. 세상 그 누구도 1년에 두 살을 먹거나 2년에 한 살씩 먹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는 결과가 너무나 확실한 정책이다. 그렇지만 즉각적인 성과에 초점을 둔 조급함과 짧은 안목을 가진 지도자에게는 단기적인 효과에 급급하여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둘째,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변화(change)의 실현, 계속 반복되는 인재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도자의 세심한 배려와 안목이 필요하다. 전 국민의 역량을 다 쏟아부어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이룩하였듯이 지도자는 세심하고 치밀한 리더쉽으로 인재의 예방과 자연재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데 진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통일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국제적인 위상에 맞는 리더쉽을 갖춘 지도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일제 침략은 문제 삼지 않고 인류에게 죄악을 저지르는 원자력 오염수 방류에 협력하기 위해 직접 찾아가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적대적 대립각을 세우는 졸렬한 리더쉽으로는 미래사회를 이끌어 가기 어려우며 이와 같은 편협한 인식은 국가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북한과 협력할 경우 우리는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중앙아시아까지 정착하고 있는 옛 고구려 유민들과 합심하여 우리 민족의 역량과 문화를 꽃피워 세계 선도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비전과 안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주요 선진국을 보고 열심히 따라 하기만 하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발전을 위해 쫓아가야 할 대상이 사라져가고 있으며, 우리 스스로 갈 길을 개척해야 한다. 창의적인 교육을 포함한 모든 사회 영역에서 그와 같은 노력이 요구되고,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다른 나라와 협력하면서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는 실험정신이 필요하다.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고 나(I)를 중심으로 하는 서구 문명으로는 그 답을 찾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서구 문명의 기본은 끊임없이 경쟁하며,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고 계속해서 자연을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답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 문화에는 나와 남이 아닌 우리와 무위자연의 문화가 함께 있으며, 사람(人)이 서로 의지하고 협력하는 문화이다. 비록 함께 발전하고 상부상조하는 정신문화가 희미해져 가고 있지만, 그 DNA는 여전히 우리 핏속에 흐르고 있다.

따라서 하루빨리 사회의 근본 철학이 서구의 나(I)와 남의 문화에서 함께하는 우리(We)의 문화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문제가 더 악화하기 전에 서로 협력하여 향약과 두레 등 주민자치를 회복하고, 개발도상국의 굶주리는 어린이는 구하고 지구를 살리는 데 앞장서는 비전과 안목을 가진 지도자를 만들어 내야만 선도국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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