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문제에 대한 단상
[수요칼럼]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문제에 대한 단상
  • 승인 2023.08.2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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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 박사
이웃과 함께 살다보면 의도하지 않는 나의 작은 행동이 이웃에게 영향을 미친다. 마찬가지로 이웃의 행동이 나에게 영향을 준다. 그런데 나의 행동이 이웃에게 혹은 이웃의 행동이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 갈등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보자. 마을에 세탁소가 있다. 이 세탁소는 세탁물을 햇볕에 말린다. 그런데 세탁소 인근에 연탄 공장이 들어서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연탄 공장은 마당에 석탄 가루를 쌓아뒀는데, 바람이 불면서 석탄 가루가 날려 이웃의 세탁물을 오염시킨다. 세탁소 주인은 연탄 공장 사장에게 피해 보상할 요구한다. 연탄 공장 사장은 세탁소 주인에게 피해를 보상해 주거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 나라 안에서는 강제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경오염물질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이동함으로써 발생하는 피해는 누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자연의 흐름에 따라 환경오염물질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이동한다. 바람의 흐름에 따라 대기오염물질이, 물의 흐름에 따라 수질오염물질이 이동하면서 다른 나라의 환경을 오염시킨다. 우리나라의 경우 바람의 흐름에 따라 피해를 입는 대표적인 예는 황사다. 황사는 중국 내몽골 고원과 고비 사막 등지에서 발생한 모래 폭풍과 흙먼지를 가리킨다. 대부분의 황사는 봄철인 4월에 발생하며 편서풍을 타고 황해를 건너 우리나라에 도달한다. 문제는 중국 전역을 돌면서 다양한 매연, 화학물질, 산성비 등 여러 유독성 물질과 섞여 황해를 건너 우리나라로 넘어온 황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마스크를 쓴다.

최근에는 물의 흐름에 따라 수질환경오염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8월 24일 오후 1시부터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이 오염처리수를 바닷물과 희석해 1km 길이의 해저터널을 통해 방출하면서 수질오염물질에 노출되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는 약 134만톤의 오염수가 대형 탱크 1천여 개에 보관돼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달 4일 발표한 종합 보고서에서 도쿄전력의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며 방류에 따른 방사선 영향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미미하다는 결론을 제시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희석된 삼중수소 농도가 기준치의 40분의 1 미만에 불과해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오염처리수 방출은 해류를 따라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염처리수 방출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중국은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출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 측이 잘못된 결정을 즉시 철회하고 해양 환경과 인류 건강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로, 핵 오염수를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후쿠시마와 도쿄 등 10개 지역에서 수산물 수입을 금지해 왔는데, 수입 금지 지역을 일본 전역으로 확대했다. 홍콩의 존 리 행정장관도 홍콩 식품 안전과 시민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하여 수입통제 조치를 지시했으며, 러시아도 중국과 같이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일본산 식품의 수입 규제를 철폐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은 이미 2021년에 식품의약국(FDA)이 수입규제를 철폐했다. 유럽연합(EU)는 올해 7월13일 해당 수입 규제를 철폐한다는 방침을 공표한 바 있으며, 8월3일부터 해당 수입 규제를 철폐하는 규칙을 시행했다. EU 회원이 아닌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에서도 8월3일부터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규제를 철폐했다. 스위스, 리히텐슈타인도 15일부터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 규제 조치를 철폐했다.

환경오염문제는 한 나라 안에서만 일어날 수 있지만, 바람과 물의 흐름에 따라 이웃 나라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종종 국제분쟁이 일어난다. 더 중요한 것은 환경오염은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빼앗을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문제와 관련해 정치권과 사회단체에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지만, 문제는 국민의 안전 보다는 정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려된다. 과학적인 자료를 가지고 국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여당일 때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다가 야당일 때의 강경한 투쟁을 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궁금하다.

이처럼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문제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소모적인 갑론을박 논쟁에서 벗어나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아마도 후쿠시만 원전 오염처리수 문제를 대내적으로는 국민의 안전한 삶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또한 국제사회와 공조하면서 국익과 국민을 위한 외교역량의 확산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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