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은 미처 문틈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후후 불어보는 통점에서
순간 생겨나는 노을은
시간만이 지울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뼛속까지 씻기는 포말 소리가
멍든 손톱 안에서 밤새 철썩거렸다
닫으려는 본능과 벗어나려는 의지 사이
털어낼 수 없는 눈물이 고였다
너와 나는 각자의 섬인 걸
내소사 대웅전 꽃살문이 알려줄 때도 그랬다
더는 근접할 수 없는 어떤 경계가
아득히 먼 꽃을 피울 때
밀려드는 물살을 온몸으로 안으려 했다
깨어진 손톱 자리는 불 꺼진 너의 유리창
새벽 가까워져서야 천천히 아물고 있다
◇임서윤= 경북 상주 출생, 계간 《문장》 등단, 형상시학회 회원. 시집 『사과의 온도』와 『달아나는 과녁』이 있음.
<해설> 먼 섬은 먼 섬으로 두고 보는 것이다. 그 섬을 끌어당기려다가 허둥대게 되고 스스로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섬은 꽃살 문양이 조각된 내소사 대웅전 문일 수도 있고, 아주 가까운 현실 속 자동차 문일 수도 있고, 불 꺼진 너의 유리창일 수도 있다. 그런 섬은 열거나 닫는 경계에서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마음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더는 근접할 수 없는 어떤 경계가/ 아득히 먼 꽃을 피울 때/ 밀려드는 물살을 온몸으로 안으려 했다”는 아마도 섬을 다 깨닫지 못한 한순간의 반성에서 우려진 표현으로도 읽히는바, 아픈 손 후후 불면서 너와 나는 각자의 섬인 걸 인정하는 것도, 더 많이 더 오래 그리워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