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이루어진 사회를 꿈꾸며
상식으로 이루어진 사회를 꿈꾸며
  • 여인호
  • 승인 2023.09.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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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은 법치주의를 따르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지만 법은 당연히 최소한의 보호 장치입니다. 도저히 말로 해결이 안 될 때 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빌린 돈을 끝까지 갚지 않겠다고 버텨서 도저히 받아낼 수 없을 때, 누가 봐도 나쁜 짓을 저지른사람을 사회로부터 격리할 때, 그럴 때 법이 힘을 발휘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사람입니다. 우리 주변에 늘 경찰서를 들락거리거나 법정에 서는 사람을 그렇게 자주 볼 수 없습니다. 법은 엄연히 우리를 규제하지만 실제로 우리 생활에서 법은 그렇게 우리를 옥죄지 않습니다. 법 없이도 살 ‘상식’을 갖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요.

우리는 법보다 먼저 상식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갑니다.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고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 것, 웃어른에게 인사를 하는 것, 횡단보도는 신호를 따라 건너는 것, 학교에는 등교 시간을 지켜 지각하지 않는 것,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 것 등 우리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누가 봐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상식의 세상입니다. 굳이 법을 들이밀지 않아도 대부분의 선량한 사람들은 법 없이도 상식으로 잘 살아갑니다.

상식이 무너지면 사회가 흔들립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상식 밖의 언행을 하면 당하는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충격과 고통을 받게 됩니다. 얼마 전 안타깝게 목숨을 버린 초등학교 교사나 소위 ‘왕의 DNA’를 담임에게 들이민 학부모 등이 바로 상식이 무너지는 경우입니다.

대부분의 교실에서 학생은 잘할 때도 잘못할 때도 있으며 그렇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부모 역시 그런 과정을 이해하며 때로 안타깝거나 속상한 일이 있어도 상식의 선에서 해결을 합니다. 일희일비가 있는 세상에서 때에 맞는 상식으로 질서와 평화를 유지합니다.

그런데 일부 상식이 무너진 사람들의 갑질은 상식의 선에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 괜찮을 수가 없습니다. 상식의 눈높이에서 이해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교실에서 학생이 다쳤으면 학생을 최우선으로 치료한 후에 잘잘못을 가려 보상을 받거나 공적으로 처리하면 됩니다. 그런 시스템이 법으로 다 갖추어져 있습니다. 상식이 있는 사람은 학교의 관계자와 상식의 선에서 충분한 대화와 논의를 할 것입니다. 그래도 불만이 있으면 법을 이용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 자신의 지위와 능력, 그리고 피해의식만 내세우며 학교와 교사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면 상식의 선에 있는 학교 관계자는 이해의 틀을 벗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법을 말하는 것도 아니라 오직 자신의 감정만 내세우는데 법으로 처벌하기도 어렵습니다. “단지 민원을 제기한 것뿐”이라고 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민원으로 위장한 화풀이성 공격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극한 지경의 모욕과 수모를 느끼게 된 사람은 도저히 버티지 못하여 모든 것을 포기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평범한 교사를 죽음으로 내몬 사람, 자녀의 학교생활을 의심하여 녹음을 하는 사람, 자녀가 받는 편향적인 치료 과정을 교사에게 요구하는 사람, 학력을 과시하며 교사를 무시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상식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교실에 있는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는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며 학교 관계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소수의 사람들이 상식의 선을 넘는 행동을 할 때, 피해자는 상식의 선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입니다. 누군가 상식의 선을 넘어선 대응으로 교사를 죽음으로 몰지 않았다면, 1학년 어린 학생들이 어느 날 갑자기 담임의 죽음을 겪는 참혹한 충격을 맞이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는 것처럼 상식을 넘어선 소수가 평화로운 다수를 파괴하는 현실입니다.

교권을 보호하고 학생과 교실을 지키는 법 개정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상식을 넘어서는 언행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법을 두고도 이용하지 않고 감정만 앞세워 공격하는 사람을 막기에는 어떠한 법도 멀기만 합니다.

맹자는 수오지심, 즉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덕이라 하였습니다. 상식을 넘어서는 사람이 득세하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움을 아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부끄러워질 때, 상식을 지키는 것이 상식이 되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김민중 <서재초 교사·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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