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뇌물 조장하는 국민권익위원회
[생활법률] 뇌물 조장하는 국민권익위원회
  • 승인 2023.09.0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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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부동산·형사 변호사
국민권익위원회가 다가오는 추석을 맞이하여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김영란법(정식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여 명절 기간 선물가액 상한을 현행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고, 위 내용에 대하여 비교적 긍정적인 논조의 기사가 많으며, 오랜만에 여당, 야당, 정부, 언론이 서로 화합하는 분위기다.

김영란법은 공직사회 등의 청렴성을 유지하고 선물을 가장한 뇌물이 횡횡하는 것을 방지하며, 뇌물죄에 대한 입증곤란을 피하여 우리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몰아내기 위하여 시행되었다. 김영란법의 주무기관은 국민권익위원회로 시행 초기에는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여 법이 정한 해석의 여지를 넘어서 '학생이 교수에게 천 원짜리 캔 커피를 주는 것도 김영란법 위반이다'라고 발표하였다가 많은 국민들의 원성을 사서 이를 철회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공직사회의 청렴성을 수호하려는 김영란법이 많이 퇴색하였고 현재의 추세를 보면 이제는 공직사회에서 김영란법의 일부 조항에 대하여 사실상의 사문화를 시도하고 나아가 폐지되어야 법처럼 여기는 듯하다. 법 시행 후 뇌물이 아닌 식사비는 3만원, 선물가액은 10만원에 묶여 있다가 다시 명절 선물 상한액을 20만원으로 올렸고 이제 다시 30만원으로 올렸다.

김영란법은 공무원, 공기업직원, 국공립학교 및 사립학교의 교사 및 교수, 언론사 종사자에게 적용된다. 이제 명절에 국회의원님, 검사님, 인허가 담당 공무원님, 신문기자님들은 담당 직무와 관련이 없는 단순 선물이라고 주장하면서 마음 놓고 30만원짜리 선물을 받을 수 있다. 두 명에게 받으면 60만원, 열 명에게 받으면 600만원이다. 국회의원님, 검사님. 인허가 공무원님, 신문기자님들은 정말로 경기가 활성화되고 바람직한 시행령 개정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서로 물어뜯을 듯이 싸우던 여당, 야당, 언론에서는 너무나 잠잠하게 위 개정을 대하였다.

그렇다며 일반 여론은 어떠한가? '누가 뇌물 아닌 선물을 30만 원짜리 주나, 20만원도 말이 되지 않는데 30만원으로 올리다니 공무원이 살판났네, 국민권익위원회가 뇌물을 부추키는구나'라는 등 부정적인 댓글이 많다.

친한 친적, 친구, 지인들 사이에 명절 선물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할 수 있지만 특수한 과일이 아닌 한 일반적으로 1박스 5만원 정도면 좋은 상품으로 성의를 표시할 수 있고, 정말로 좋은 상품이라도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선물을 받은 상대가 공무원이라고 가정하여 보자. 일반인이 친척, 지인인 공무원에게 단순히 명절날 의례적인 선물용 30만원짜리 과일박스를 준다면 틀림없이 뭔가 청탁하거나 또는 과거 도움에 대한 대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수십년간 공직생활을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취임하였고, 곧이어 명절 선물 상한액을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렸다. 이 분 기준으로는 자신이 검사로 재직하던 중에는 김영란법 시행 전에 30만원 정도의 선물은 부담 없이 받았고 전혀 뇌물로 생각하지 않다가 김영란법 시행으로 그 상한액이 제한되어 많이 아쉬었을까? 그러다가 권익위원장으로 취임한 후 '내 경험으로는 30만원 정도 받아도 나는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였으니 그 정도는 올려도 된다'라고 생각하였을까? 그래서 최우선으로 선물 상한액을 증액한 것일까?

이제 선물 상한액이 30만원으로 올랐으니 30만원짜리 갈비세트 선물이 불티나게 팔릴 것으로 보인다. 어느 돼지고기집에 '공짜로 사주는 돼지고기는 마음대로 먹어도 되지만 공짜로 사주는 소고기에는 진실로 공짜가 없다' 라는 글귀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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