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나비방석
[좋은 시를 찾아서] 나비방석
  • 승인 2023.09.07 21: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가경 시인


 



이리로 갈까, 저리로 갈까

엉거주춤 광목천



네 개의 모서리마다 흔들리는 날개를 다는 바늘이 있다



수없이 골무에 더위를 기록하는 동안에도

깔고 앉은 솜뭉치는 말랑한 뼈를 버려야 했다



딱딱한 바닥을 밀치고서야 나비는

말랑하게 날아오르는 몸짓이다





◇조가경(본명:조영희)= 경북 영양 출생. ‘서정시학’ 2021년 겨울호 신인상. 대구문인협회, 형상시학회, 죽영문학회회원. 시집 ‘달리는 거울’이 있음.



<해설> 나비가 앉은 방석인지, 나비가 그려진 방석인지 나비와 방석을 합성한 제목 “나비방석”은 많은 궁금함을 자아낸다. “이리로 갈까, 저리로 갈까/ 엉거주춤 광목천”은 길을 두고 망설이는 자기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다. 무엇인가 완성되기 전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보통 천으로서의 상태를 아마도 시인은 자신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네모로 각이 진 방석이 되고 나면 네 개의 모서리를 그냥 둘 수 없어 수술 혹은 날개를 다는 바늘로 시선을 슬그머니 옮겨놓은 시인은 골무 속 손가락의 더위와 바늘에 수없이 찔리는 골무의 운명을 엿보면서 몸 안에 뼈가 없이도 번데기가 나비로 부화하는 꿈을, 방석에 앉아서 나비인 양, 꿈꾸고 있다.

-박윤배(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