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꿈, 희망을 가진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
[화요칼럼] 꿈, 희망을 가진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
  • 승인 2023.09.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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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홍란 시인·문학박사
희망은 잠자고 있지 않는
인간의 꿈이다.인간의 꿈이 있는 한
이 세상은 도전해 볼만하다.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꿈을 잃지 말자.꿈을 꾸자.꿈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에게
선물로 주어진다
-아리스토텔레스

해가 뜬다 해가 뜨고 아침이 온다 해 뜨고 아침 오고 하루가 온다 해 뜨고 아침 오고 하루 오고 다시 새날이 온다. 해 뜨고, 아침 오고, 하루 오고, 새날 오듯, 다시 오늘이 온다 해 뜨고, 아침 오고, 하루 오고, 새날 오고, 오늘 오듯 다시 내가 온다 해 뜨고, 아침 오고, 하루 오고, 새날 오고, 오늘 오고, 내가 오고, 다시 내일이 오고 있다// 오늘부터 나, 다시 태어난다// 해를 껴안는다 해 껴안듯 두 팔 벌려 아침을 껴안는다 해 껴안듯 아침 껴안듯 두 팔 벌려 하루를 껴안는다 해 껴안듯 아침 껴안듯 하루 껴안 듯 두 팔 벌려 새날을 껴안는다 해 껴안듯 아침 껴안듯 하루 껴안듯 새날 껴안듯 두 팔 벌려 다시 오늘을 껴안는다 해 껴안듯 아침 껴안듯 하루 껴안듯 새날 껴안듯 다시 오늘 껴안듯 두 팔 벌려 선물을 껴안는다 와락! 나를 껴안는다// 아, 살아있다 나, 다시 시작이다//

새벽에 눈을 뜨면서 찾아온 시, '다시 선물'이다. 엊저녁, 갈등과 절망에 빠져 울먹이던 친구가 '다시 오늘'이라는 희망을 건지고 있음을 4연의 시에서 발견한다. 1연을 구축하고 있는 시어들을 살펴보면 '해', '아침', '하루', '새날', '오늘', '내', '내일'라는 명사들이 '다시'라는 부사와 '뜨'고, '오'고, '태어나'는 자동사를 만나 역동의 가능성을 얻는다. 3연에서는 1연과 동일한 명사들이 '와락'이라는 부사를 만나 '선물'로 재탄생의 생명을 부여받는다. 시적화자는 현실의 요구나 기대에 쉽게 응할 수 없는 심리를 자신에게인 듯, 타자에게인 듯, 독백인 듯, 고백인 듯, 주문을 걸듯, 기도하듯, 심장에 새기듯 판각하고 있다. 그리고 2연과 4연에서는 '시는 희망'이라는 오랜 회자에 고개 끄덕이듯 '오늘부터 나, 다시 태어난다(2연)', '아, 살아있다 나, 다시 시작이다(4연)'라고 자신과 타자를 향해 결의를 담은 언어로 화해의 악수를 내민다.

다시 아침이다. 성별, 나이, 귀천을 불문하고 모두가 함께 맞이하는 아침이다. 매일 찾아오는 아침이지만 '오늘' 그리고 '새날'의 특별함을 맞이한다. '살아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들려주는 시적화자, '다시 태어나'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에 찬 발언에 응원을 보내며 나의 하루를 시작한다. 누구에게나 과거를 돌아보면 살아온 세월에 비례해 후회하고 회환에 젖는 아쉬운 시간이 있다. 하지만 이미 떠나버린 날들은 돌이킬 수 없다. 매일 아침이면 밝은 해가 솟아오르듯, 오늘을 희망으로 맞이하고, 새로운 탄생을 설계하며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시적화자의 결의에 은근 나를 중독시키며 창문을 연다.

일본의 카피라이터로 알려진 히스이 고타로가 쓴 명언 에세이집《삶을 바꾸는 아침 첫 생각》이 있다. 히스이 고타로는 매일 아침을 새롭게 맞이하는 방법을 48개의 소소한 이야기 속에서 들려준다. "잠들기 전 머리맡에 두고 아침에 읽는 책"이라는 소개처럼 짤막한 글과 명언을 곁들어 "오늘"과 "아침"을 환기시키고 있다. 매일 같은 일상의 반복에서 변화를 도모하고 싶다면 저녁 성찰의 시간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날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해야할 일들이 제 시간에 잘 끝났는지 등 많은 조건들의 충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아침은 몸과 머리가 휴식을 가진 후 오는 시작점이다. 이런 까닭으로 현재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고, 맑고 밝은 에너지들을 조금씩 쌓으면 자연스럽게 긍정의 미래를 기다릴 수 있도록 한다. 삶의 자세에서 기적 따위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과, 모든 일이 기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두 사람의 표정에 따른 음영대비는 극점을 찍을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현실을 두 팔 벌려 해를 껴안듯, 아침을 껴안듯, 하루를 껴안 듯, 새날을 껴안 듯, 다시 오늘을 껴안 듯, 두 팔 벌려 선물을 껴안듯 와락! 껴안고 살아가겠다는 '다시 선물'의 시적화자가 머무는 공간으로, 폭염을 잘 견디고 불어올 가을바람이 찾아가라고 주소를 적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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