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비 다 지나간 뒤에 뜬
무지개를 너에게 주련다
기억하는 것 중에
소담스러운 걸 너에게 주련다
길섶 실바람에 일렁이는 들꽃
탯줄로 전해진 사랑
눈망울에 담긴 미소를
오덕五德을 겸비한 매미의 노래를
내가 겪은 가장 확실한
고통 너머 빛나는 신념
자신을 바라보며 사랑할
가장 맑고 환한 거울을
가장 아끼지만 너에게 주련다
◇박영선 = 2013년 《한맥문학》으로 등단. 글로벌 시 낭송협회 회장.
<해설> 시의 제목인 “너에게 주련다”는 무엇을 주겠다는 건가 궁금해졌다. 첫 연에서는 무지개를 주겠다 해서 뜬구름 같은 이야긴가 했는데, 점점 시의 후반부로 갈수록 주려는 그것의 실체들이 보인다. 먹구름이 떠나고 밝아지는 세상에 드러나는 그것들은 일렁이는 들꽃이었다가, 탯줄을 타고 전해지는 미소였다가, 오덕을 겸비한 노래, 빛나는 신념이었다가, 그 모든 것을 응축한 거울을 시인은 주겠다 한다. 그것도 자신을 사랑할 거울임에 의미는 한층 더 깊어지고 그걸 받을 대상인 너는 아마도 탯줄로 전해진 자신을 닮은 딸일 것으로 짐작되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 세상 모든 딸에게 바치는 헌시쯤으로 보아도 무방하리라. -박윤배 (시인)-